학생 신분으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 중 하나가 ‘디자인은 뭐라고 생각하나?’이었던 것 같다. 물론 지금도 사람들 앞에 설 기회가 있으면 종종 받는 질문 중 하나다. 그렇다고 디자인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는 게 맞는 것일까… 조형적이고, 예쁘고, 아름답기 전에 있는 ‘디자인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이다.
나에게 디자인이라는 말을 아주 간단히 설명하라고 하면 늘 ‘사람과 사물 간의 갈등을 해소해주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 건축, 공간은 물론이고 바늘, 이쑤시개까지 곰곰이 들여다보면 모두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창의적 사고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일을 하다 보면 이런 부탁을 많이 받는다. “좀 더 크리에이티브(creative)하게...”, “뭔가 크리에이티브하게…”, “좀 더 다르게”, “뭔가 다른…”
그렇다. 나에게 창의적 사고란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위에 말들은 다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디자이너는 무엇을 만들든 마지막에는 눈으로 먼저 보게 되는 어떤 것을 완성한다. 인간의 눈은 계속 새로운 것을 원하고, 귀는 익숙한 것을 원한다고 한다.
그래서 디자이너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산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그저 새로운 것을 만들겠다고, 세상에 없는 무언가를 만들려고 노력한다면 말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새로워야 하지만 그 새로운 것은 기존에 존재하는 익숙한 것들을 연결해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지금부터 같은 것을 보고 다르게 생각해보자. 《어린왕자》를 보면 첫 페이지에 이를 설명하기 가장 좋은 그림을 발견할 수 있다. 이 그림을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보게 되면 누구나 모자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이 그림은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라는 것을….
보아뱀과 코끼리는 세상에 없었던 것들이 아니다. 모자 또한 그렇다. 이 그림은 보아뱀이 코끼리를 삼키는 상황을 생각하고, 그 상황을 전혀 다른 관점인 모자로 바라본 것이다. 이것이 창의적 사고의 첫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런식으로 생각하면 ‘저 안에 진짜 코끼리가 있을까? 보아뱀이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이처럼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우리 상상력 안에 수많은 다른 것들이 있을 수 있고, 모자가 아닌 다른 어떤 것이 무한하게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일상에서 보는 것들을 조금만 다르게 들여다보자. 사과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고 시를 쓰면, 시인이 되고, 음악을 만들면 작곡가가 된다. 사과 하나만 놓고,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공간이든, 가구이든, 제품이든… 다른 관점으로 연결시켜보는 건 어떨까.
10여년 전 레스토랑 의뢰가 들어왔다. 이곳은 그릇을 판매하는 공간이자 그 그릇에 음식을 담아 판매하는 레스토랑이다. 클라이언트는 조금은 다른 성격의 이 두 공간이 서로 간섭되지 않되 한 매장 안에서 소통되기를 원했다.
오랜 고민을 하더라도 아이디어는 예상치 못한 어느 한순간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작업실에서 점심 후 다 같이 모여 사과를 깎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 ‘유레카’ 했다. 깎는 순간 사과 껍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자연스럽게 들고 일어난 껍질, 그리고 그 껍질 외부와 내부의 콘트라스트는 매장에 바로 적용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우리는 그 생각들을 공간으로 옮겨보았다.
‘레스토랑 바닥을 들고 일어나 생긴 내부 공간에서 그릇을 판매한다’는 스토리였다. 즉, 사과 껍질의 외부 모습은 레스토랑의 바닥이, 껍질의 안쪽은 자연스럽게 그릇을 판매하는 공간의 천장이 되는 것이다. 심리적으로 공간은 분리되지만, 움직이는 시점에서는 자연스럽게 서로가 보이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이처럼 사과 하나를 자세히, 그리고 조금 다르게 들여다보면 얼마든지 공간에 적용할 수 있는 요소를 찾을 수 있다. 우리 주변의 수많은 사물, 상황, 환경들은 매일 다르게 펼쳐지고 있다. 출근 전, 등교 전 나는 오늘 어떠한 것들을 바라보게 될 것인가 기대하며 하루를 시작해도 좋을 것 같다.
글 | 백종환(WGN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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