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INCANTARE
Oct 26. 2024
다람쥐도 아니면서..
#작가의여정을위한마지막글 #나도작가되고싶다 #수집광
인턴작가를 벗어나기 위한 세 번째 글을 위해 머리에 쥐가 나도록 글감을 생각해 본다.
쓸 수 있는 글은 많지만 쓰고 싶은 글이 없다.
읽어줄까 싶은 글도 떠오르지 않지만 이제 한편만 더 쓰면 작가 타이틀이 붙는데.. 이대로 포기할 순 없다.
아무말 대잔치 글이 될 거라 미리 양해를 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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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에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어 틈날 때마다 여기저기를 정리하고 있다.
도대체 뭘 이렇게 쟁여 놓고 살았는지..
워킹맘으로 17년을 살다보니 식재료는 늘 냉장고에 구비되어 있어야 하고, 생필품도 여유 있게 갖춰두길 원했다.
자주 먹는 치즈나 버터, 소스들도 2~3개 여유 있게.
자주 쓰는 화장품도 1개 정도는 여유 있게..
다람쥐가 식량을 모으듯이 부지런히도 모았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 한 번 이사를 했고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채 7년째 살고 있다.
비자발적 퇴사자가 된 후 가장 먼저 할 일이 집정리였는데 정리를 해도 해도 끝이 없다.
큰 수술은 아니지만 전신마취를 해야 하고 일반적인 경우 1/ 60,000명의 확률로 사망한다고 하지만, 그 1명이 내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종종 스쳤다.
만약 내가 죽어서 내 유품을 정리하다 보면 '이 여자 도대체 뭘 이렇게 사모은 거야' 황당해서 남편에게 아내를 잃은 슬픔이 닿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내 수집의 이유는 불안함과 불행감이다.
다음번에 살 때 품절이거나 세일을 안 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행복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으면 물건을 사는 것으로 마음을 달랜다. 오밤 중에 불안한 마음으로 잠이 오지 않으면 인스타나 쇼츠를 보다 맘에 드는 아이템이 발견되면 구매를 누른다.
이렇게 사대다가 마음에 안 들어서, 품질이 안 좋아서, 사이즈가 안 맞아서 돈지랄을 하는 경우도 많다.
수입이 없어졌으니 더 이상 물건을 사대며 마음을 달랠 순 없다.
앞으로는 무엇으로 마음을 채우나 여러 가지 고민이 됐다.
집을 정리하다 작가의 여정 전시에서 받아온 글감 30개를 발견했다. 앞으로는 돈지랄이 아닌 글지랄로 마음을 좀 달래 보련다.
수술 후 컨디션이 좀 돌아오면 30개의 글감으로 글을 이어나가야겠다. 제발~ 꼭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