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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센스 Jan 16. 2021

뿌리가 깊다면 바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깊어질 동안 참 고생이 많았을 나에게 전하는 위로

참으로 알찼던 지난 날들

 기온이 유독 낮고 바람이 칼같이 불었던 올해 겨울. 하지만 이번 겨울이 유난히도 어렵거나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차가 없어졌다. 뚜벅이가 되자마자 매섭게 눈보라가 몰아쳤고, 길거리는 얼어붙은 눈 뭉치들이 걸음걸이를 조심스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전혀 그 얼음바닥이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그 매끄럽게 미끌거리는 출근길이 즐거웠다. 넘어질뻔한 적도 많은데 마음은 위험하지 않았다.


5년을 넘는 기간 동안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하며 지냈다. 온갖 불평불만에 휩싸인 체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은 직무를 이겨내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싫고 지겨운 삶 속에서 나에게 크게 남은 것이 있었다. 바로 현실을 탈피하고자 나만의 길을 찾는 방법을 꾸준히 연구해 오면서 얻은 자력 심이다.


해가 뜨지 않은 이른 아침,

어스름하게 가라앉은 어두운 공기를 마주하고 매일 평일 아침 눈을 뜨며 머리를 움켜쥐었다. 극강의 거부 반응은 나를 더욱더 옥죄어 현실을 부정하게 만들었다. 


최대한 빠른 퇴사를 목표로 "어떻게 하면 내가 안정적으로 퇴사를 할 수 있을까?"만을 생각하며 하루하루 목이 찰 때까지 공부했다. 회사를 다니지 않고 내가 이 험난한 사회를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닥치는 대로 흡수했다. 그러기를 언 4년.. 참 길고 길었다.


하지만 그 길었던 옥중에서의 생활은 누군가가 말했던 것처럼 어떻게 하던지 지나갔다. 내가 그 세월 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저 멀리 뒤로 넘겨버린 채 당연하다는 듯 오늘이 찾아왔다.


승진과 함께 새로운 부서로 발령을 받던 날, 진짜 원 없이 울어봤던 것 같다. 눈물의 의미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흘러나왔던 눈물은 흘러간 시간에 대한 위로였을까. 발령장을 받자마자 그냥 그렇게 눈물이 나왔다.


얻은 것도 많고 희생한 것도 많았던 그 길었던 시간 속에서

나 자신이 한층은 아니 곱절을 성장을 했을 것이라고 믿고 확실한다. 참 고생했다.




희생이 많았던 만큼 뿌리는 깊어졌다.


뿌리가 어느 정도 깊어져야 깊어졌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과거의 고생과 희생을 웃으면서 에피소드화 정도로 말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그 정도로 무뎌졌을 때가 뿌리가 정착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에피소드가 늘어 한 권의 책을 만들 수 있게 된다면 어느 정도 그 사람의 뿌리가 깊고 튼튼해졌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공부를 시작하고 언 4년 동안 내가 그 어둡고 힘든 삶 속에서 얻었던 것은 이 세상에는 참 할게 많구나, 내가 도전해 봐도 될만한 것들이 너무나도 많구나 였다. 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정말 많은 것들을 시작했다. 


스킬이라고 해야 하나? 사이드잡 분야에서는 잔뼈가 조금이나마 굵게 되었고, 부업으로나마 용돈 벌이는 할 수 있게 되었다. 단족의 발전이었다. 느렸지만 원하는 성취를 이루었으니 이만하면 되었다 싶다.


새로운 곳에서의 첫 직무를 맡고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은 오롯한 나만의 시간이 늘었다는 것이다. 퇴근 후 짧은 낮잠시간과 함께 여유로운 저녁을 먹어도 시간은 7시. 매일 저녁 다시 시계를 봐도 너무 신기하다. 매일 저녁 7시에 내가 집에 있을 수 있다니!


충분히 여유를 떨고 8시에 컴퓨터 앞에 앉는다. 그리고 나의 일을 시작한다. 계획한 모든 일들을 마치고서도 책 읽을 시간이 남는다. 책을 읽기 전 따듯한 차 한잔을 손에 욺켜들고 생각한다. 참 행복하다.


"직무 옮기더니 손이 차가울 틈이 없네??"

남자 친구가 무심결에 던진 이 한마디가 마음속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수족냉증이 심한 편이라 조금만 추운 곳에 있으면 손이 얼음처럼 차가워진다. 매일 추운 외근을 밥먹듯이 하며 손과 피부 케어는 신경 쓸 틈이 없었다. 푸석해지고 갈라지고 못나지는 것이 짜증만 나고 만사가 귀찮았다. 어차피 안 좋아질 거 뭐하러 귀찮게 원상복구 시키냐 하는 어리석고 못난 마음에서 시작된 어긋남이었다.


그렇게 5년 동안 망가졌던 나의 외형적 자존감은 한 달 안에 복구가 되었고, 나도 이렇게 꾸밀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를 알아가는 데는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아는 지식이 많아졌다. 

시간이 많아졌다. 

자존감이 올라갔다.


현재 나의 상황은 내가 살면서 누렸던 모든 조건들을 총 합해도 모자랄 만큼 완벽하다. 이 완벽이라 함은 조건의 균형이나 위치가 아닌 앞으로 내가 나아가고 올라갈 수 있을 지지대로서의 완벽함이다.


그동안 쌓아 올린 지식에 많아진 시간으로 더 많은 지식을 쌓을 예정이다.

또 그 많아진 지식으로 또 많아진 시간에 무언가 결과물을 만들어볼 생각이다.

그리고 나는 나의 자존감을 더욱더 올려갈 것이다.


할 수 있다. 그리고 기회라는 것이 찾아온다.

현실을 탈피하려고 무엇을 하든 지금의 생활을 만족하여 추가적인 노력을 하든 무엇인가를 계속하다 보면 꼭 나에게 유리한 무언가가 다가오기 마련인 것 같다. 


포기하지 말고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해 나의 뿌리를 깊고 단단하게 만들자.

나도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여러분들도 꼭 그렇게 되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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