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단지 종이책을 내고 싶다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나도 나의 인사이트가 가득담긴 종이책을 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운 날이 이 모든 일에 출발선이었던 것이다.
2년 전 이맘쯤, 나는 온라인 N잡 관련 E북을 지식 판매 사이트에서 판매한 적이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양의 주문이 들어왔고 이에 나의 자신감은 하늘까지 닿을 정도로 쑥쑥 자라났다.
"사람들이 나의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구나!"
"내 글을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구나!"
하지만 이네 E북 판매를 중단하고 말았다. E북의 특성상 일반 종이책과 달리 사람들은 내용을 가볍게 흘려보냈고 소장하지도 않았으며 내가 노하우라고 써 내려간 내용들에 불만만을 토해냈다. E북 판매 시(PDF 파일) 개인 정보가 노출이 되다 보니 책 내용의 노하우 실행 시 막힐 때마다 다이렉트로 연락을 보내오는 것은 기본, 온갖 욕설에 원하는 내용이 아니니까 환불해 달라는 내용까지 나에게 다 직접적으로 닿게 되었다. 이러한 일들이 일상이 되다 보니 나의 멘탈은 점점 지쳐갔다.
물론 아닌 분들도 많았지만, 독자분들이 늘어날수록 이러한 일들의 빈도수는 늘어갔고, 이제는 회사생활마저 힘들어질 정도로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하... 이젠 내려놓자...'
나는 단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인사이트를 나누고자 했던 것뿐인데 왜 이런 고통이 수반이 되어야 하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좀 더 도움이 될지, 이해가 쉽게 될지를 고민했던 그 수개월의 시간이 너무나도 아까워졌다.
"그러니까 네가 뭐라고 사람들에게 도움을 줘..."
"너나 잘해, 그렇게 좋으면 너나 실컷 혼자 하면 되잖아!"
마음속으로 나에 대한 스스로의 질타가 쏟아졌다. 왜 나에게 나는 이리 상처를 주는 거지?라는 생각에 나는 나를 놓아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잠시 동안 글을 쓰는 행위를 멈췄다. 지긋지긋했다.
멈추어 있던 시간 동안 불현듯 스치는 공백이 생길 때마다 글에 대한 열망이 불쑥불쑥 튀어나왔고 몇 번이나 그 진빠졌던 과거를 회상하며 튀어 오른 마음을 구겨 넣었다. 하지만 나는 나의 글을 쓰고자 하는 마음을 그리 오래 억누를 수는 없었다. 글을 다시 쓰고 싶지만 과거를 반복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고자 했다.
'나는 글을 쓰고 싶다.'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인사이트를 주고 싶다.'
'나의 글이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었으면 좋겠다'
이러한 마음이 가득 담긴 책이지만, 사람들에게 막힘이 생기는 궁금증을 유발하지 않으며 본인이 원하지 않는 내용이라며 환불을 요구하지도 못하는 그런 책
그래서 나는 노하우가 아닌 그저 나의 이야기로 인사이트를 터치해줄 수 있는 그런 에세이 종이책을 써내려 가기로 결정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술술 읽힐 수 있기를"
종이책을 써야겠다라고 마음먹은 후 책상 앞에 앉아 퇴근길에 사 온 새 공책을 꺼내고 볼펜을 잡았다. E북을 3권이나 써본 내가, 출판사며 작가님들이며 많은 수업을 들었던 내가, 당최 첫 줄도 써 내려가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아니 현실이었다.
종이책에 대한 나의 생각이 정리되고 난 후였지만 나는 아무런 이야기를 쓸 수 없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넘쳐났지만 당장 무슨 이야기로 시작을 하여야 할지, 떠오르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난 또 마음만 앞섰다.
계획이라는 것은 어떻게 세울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감도 잡히지 않아 무작정 책을 사고 또 빌려왔다. 인사이트를 주는 책들, 요즘 SNS에 많이 보이는 책들... 퇴근 후 저녁에 나는 책들과 소통을 시작했다. 내가 읽었던 책의 작가들에게는 미안하게도 나는 책의 내용들보다 책의 구성과 논리에 집중했다.
그렇게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러 나는 가벼운 스케치를 그릴 수 있었다. 내가 술술 그려나가야 읽는 사람들도 술술 읽어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그럼 내가 어떤 이야기를 술술 써 내려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의 답은 나의 경험이었다. 나는 취준 기간 동안 지원했던 대부분의 회사 서류면접들을 통과했었다. 제일 먼저 있었던 자기소개란에 항상 쓸 말이 많았다. 고1 때부터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해왔고, 수많은 대외활동 공모전을 참여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양한 경험들이 쌓이게 되었고, 할 말이 많아졌다.
가끔 나와 대화를 나누던 분들이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하곤 한다.
"너 사실 나이 속이고 있지? 지금 한 50살 정도 된 거 아니야?"
"네가 경험했다고 말하는 일들 진짜 다 해봤다고 치면 지금 니 나이일 수 없어!"
내가 생각해도 참 많은 일들을 겪었다. 다양한 경험을 열거하는 것만으로도 공모전 수상을 한적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 내가 쓰려고 하는 종이책은 단순한 경험 나열이 아닌 그 경험 속에서도 내가 인사이트를 얻었던 에피소드들을 풀어나갈 예정이다.
지금의 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그 많은 인사이트들이 내 안에 쌓여 보다 단단하고 현명한 나를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내 기준에 만족할만한 완성체가 되려면 아직 멀었지만 나는 지금의 나라는 인간에게 아낌없이 칭찬을 해주고 싶다.
"너 말이야! 진짜 잘하고 있어!"
수십 년간 쌓아온 나의 인사이트들이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져 간접경험이라는 명목 하에 봄바람 스치듯 간지럽게나마 생각의 터치를 일으키길 바란다. 굳이 왜?라고 물으신다며, "내가 그냥 그렇게 하고 싶어요!"라고 단순히 답변을 할 것이다. 딱히 자세히 파고들고자 하면 확정적인 이유가 없다. 그냥 이러한 인사이트들을 소통하고 싶다.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내가 겪었던 모든 순간을 머릿속에서 끄집어내고 있다. 머릿속을 돌아다니다 보니과거의 나와 자주 마주하게 되었는데 참 열심히 살았구나 싶다.
"너 왜 이렇게 열심히 산 것이냐...?"
빠르게 스케치업을 끝낸 후 첫 장을 시작하려 한다. 나의 종이책에 들어갈 첫 에피소드를 무엇으로 할지 아직도 내적 갈등 중이지만, 중요도보단 이야기의 논리와 흐림이 잘 맞는 스타터로 적합한 에피소드를 뽑아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