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바람 불어 설운날에 말이예요.” 옛 노래가사처럼 바람이 불지는 않았지만 마침 날이 개어 선운사에 들렀다. 화창한 초여름이라 동백꽃은 진 지 이미 오래, 뜰 안의 배롱나무는 한여름을 기다리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 옆 개울에선 물고기들이 한 세상 떼 내어 노닐고, 길 섶엔 자귀나무가 꽃을 틔웠다.
그의 책이 있는 이미지, 혹은 이미지 속의 책은 경계 속에서 찾아낸 떨림을 전한다 - 구본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