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
'후회'와 '선택'은 생각할수록 아이러니했다.
선택을 후회한다.
후회를 선택한다.
전자는 틀리고 후자는 맞다고 생각했다. '후회'라는 단어가 주는 막막함, 되돌릴 수 없다는 특유의 무력감에 유독 거부감을 느껴서일 것이다. 성공가도를 달리는 자신감 뿜뿜 넘치는 사람들이 매체에 나와 "저는 제 선택에 절대 후회하지 않아요. 다만 선택을 정답으로 만들 뿐이죠"라고 하는 말들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 것들은 나 같은 이상주의자들의 무의식에 침투하여 잘 맞는 열쇠와 자물쇠처럼 박혀버리곤 하니까.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그 선택의 다음에는 '후회'와 '후회하지 않음' 이 같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것들이 기다리고 있지 않다면 애초에 고민되는 선택지도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라는 건 애당초 없다. 따라서 고민의 요지는 '최대한' 후회가 덜한 선택이 무엇일까가 아니라 어떤 선택에서든 1+1으로 따라올 후회되는 부분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인지가 아닐까.
후회하지 않는 선택은 없지만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하는 법은 있다.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것이다. 그건 자신감 뿜뿜인들처럼 굳은 의지로 “난 후회하지 않아!”라고 외치는 게 아니다. 단지 선택이 후회될 때마다 후회라는 감정에 매몰되지 않도록 나를 건져 올리는 것이고,
후회된다는 생각이 올라올 때마다 그 생각에 끌려가지 않도록 애쓰는 것이며,
그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내 주의를 의식하여 지금, 눈앞의 이 시간에 붙들어 두는 것이다.
그리고서는 두 발이 서있는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다음 걸음을 내디뎌야 할 방향을 계속해서 찾아보는 것이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 속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사실, 더욱 간단한 방법이 있다.
그냥 이것저것 고민하지 말고 단순히 더 끌리는 선택을 한 뒤, 후회가 찾아오면 후회를 하면 된다. 후회라는 감정에 더욱 부정적인 감정들이 따라붙어서 나를 괴롭히고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지만 않는다면야. 사실 ‘후회’는 잘못이 없다.
후회를 하든 하지 않든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 '다음 선택'이라는 것은 동일하므로 후회하지 않게 애쓰느냐, 깔끔히 후회하고 마느냐는 생각보다 그리 고민할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어찌 보면 삶의 내내 우리는 어떤 시간에는 선택을 하고 그다음에는 후회하고 또는 후회하지 않기도 하며 시간의 파도에 둥둥 떠밀려 나아가고 있을 뿐일 테니.
뭐든 괜찮지만 여전히 '후회'는 되도록 피하고 싶다.
과거의 어떤 선택이 미래를 결정짓고 미래의 내가 무력하게 결정에 따른 결과를 사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내가 과거의 선택 이후로 펼쳐진 일들을 능동적으로 경험하고 의미를 수정해가며 내 인생의 조물주처럼 이야기를 이리 짓고 저리 짓고 하는 방식으로.
말장난 같지만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하는 법은 선택을 후회하지 않기로 선택하거나 그냥 후회해버리고 치우는 것이라는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