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겐 띵언이었어요..
봉준호 감독에 대한 다큐멘터리..라고 해야 하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을 수상하면서 재방송으로 편성된 봉준호 특별방송 같은 프로그램이었다.
처음 봤을 때도 그리고 두 번째 봤을 때도 꼭 같은 곳에서 머리를 띵~하고 맞는 느낌을 받은 장면이 있었는데,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 중 나온 그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영화 ‘괴물’을 만들기 위해 그래픽 작업 회사와 가격협상을 하던 중 협상이 어그러졌을 때를 묻는 인터뷰에서
그는 “자살 생각을 많이 했어요”라는 말을 했다. 저런 작품을 만들고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작업을 하는, 내겐 너무도 커 보이는 저 사람도 일의 일부가 성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살까지 생각하는구나..
하지만 그보다 더 나를 놀라게 한 건 다음 이어지는 말이었다.
협상이 어그러진 봉 감독이 다른 방법을 찾으면서 스스로 컴퓨터 그래픽에 대한 공부를 ‘책을 쌓아놓고’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말했다.
알고 싶었어요. 어떻게 하면 되는 것인지를.
내가 잘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원하는 것이 생겼을 때 그것을 원하기만 하는 것이다.
원하는 곳에 가 닿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그건 너무나 귀찮은 일이고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일이며 곧 나의 편안함을 빼앗기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간혹 원하는 곳에 가 닿는 방법을 생각해내더라도 그다음엔 그 방법을 실행에 옮기는 더욱 고난한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더 쉬운 방법을 택한다.
원하는 것을 원하지 않도록 (몰래, 일찌감치) 마음을 바꾸거나, 원하는 곳에 가 닿기 위한 힘든 시간을 감수하지 않는 길을 (조용히, 티 나지 않도록) 택함으로써 원하는 것을 머나먼 얘기로만 남겨두는 것 그리고 그것을 얻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를 계속 말하면서 그 길을 가지 않는 지금을 정당화하며 만족하는 것 등등 다양한 기법을 동원하여 원하는 것을 갖지 않는 것에 도달한다.
그가 만약 "예산이 부족해서 독학으로 해야 했어요"라던지 "어떻게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어요" 혹은 "너무 만들고 싶어서 책이라도 펼칠 수밖에 없었어요"라고 했다면 그의 인터뷰는 다른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나 영웅담에서 들을 법한 흔한 '고난을 이겨낸 과정'으로 스쳐갔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동기'와 '행동'사이에는 늘 너무나 많은 계산이 있다.
어떤 마음으로,
어떤 충분한 이유로,
어느 정도의 의지로,
얼마만큼의 시간으로,
그래서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까지.
봉 감독의 '동기'는 '행동'까지 가기 위한 수많은 계산들을 사족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원하는 것에 가 닿을 수 있는 지를 알고 싶어서 그는 직진으로 그것에 가 닿은 것이다. 이리저리 우회하지 않고 말이다.
그의 인터뷰를 보는 동안 나는 스스로의 '알고 싶은' 욕구를 따라 문제를 정면 돌파한 그의 결단력이 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