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의식의 흐름
사실 이 글은 "디지털 미니멀리즘(칼 뉴포트 저)"이라는 책을 읽으며 정리하기 위해 쓰기 시작한 글인데, 쓰다 보니 의식의 흐름이 멋대로 흘러가 살짝 삼천포로 빠진 글입니다.
책 제목은 디지털 미니멀리즘.
제목만 봐도 '스마트폰 가능한 멀리 떼어놓으라고 하겠군...' 싶으면서 동시에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알게 모르게 내 시간을 야금야금 섭취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들이 위협받는 느낌이 드는 책이다.
목차를 읽으며 15가지 실천지침 중 3가지는 확실히 나로서는 불가능한 것이라고, 그렇게 시작부터 결론 내리고 말았다. 절대로 가능해 보이지 않는 3가지는 아래와 같다.
1. '휴대전화를 집에 둬라' (지각하는 한이 있어도 집에 두고 온 휴대폰은 다시 가져가야 합니다)
2. '소셜 미디어 앱을 삭제하라' (인스타그램이랑 유튜브를 삭제 하라고요??)
3. '스마트폰을 버려라' (......... 헛웃음)
그래도 혹시나, 책을 읽는 동안 격하게 생각이 동하여 실천지침 중 끝판왕으로 보이는 저 3가지에 대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될까.
저자는 우리의 스마트폰 중독 현상을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펴낸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 DSM-5'에 등재(?) 된 장애로 진단되는 공식 '질환'으로 봤다.
부모님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이 생각났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스마트폰 중독이야 중독. 차도를 건너면서 차가 코 앞에 있는데도 폰만 본다니까, 큰일나아주!!"
나는 이 말을 들으면서 스마트폰 중독을 '그냥 중독'으로 들었지, 치료가 필요한 공식적인 '병명의 중독'으로 들은 건 아니었는데 어느새 정신의학회에서 치료를 요하는 병으로 보고 있다. 중독의 기준에 해당되니 넣은 것이겠지만.
저자는 우리의 스마트폰 중독을, 우리 마음의 나약함으로 돌리지 않는다.
그 보다는 실리콘 밸리 기업들이 사람들의 본성을 이용해서 돈을 벌기 위해 어마 무시한 금액을 투자하고 시스템을 설계한 결과로 나타난 당연한 현상이라 한다. 이들은 앱을 프로그래밍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프로그래밍한다고, 기술을 중립적이라고 말하지만 실은 기술이 중립적이지 않도록 프로그래밍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중독될 수밖에 없도록 기업들이 노린 두 가지 메커니즘은 '간헐적 정적 강화'와 '사회적 인정 욕구')
우리가 교묘하게 신기술과 그것들을 내놓는 기업들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해도 이 중독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교묘한 전략을 통해 모든 사람들의 생활 속에 깊숙이 파고들었고, 이 신기술에 대해 우리는 순진하게도 '그저 너 드신들이 하사한 재미있는 선물을 갖고 놀뿐'이라고 정당화하고 있기 때문.
저자는 15가지 실천지침을 제안하며, 우리의 뇌 깊은 곳에 있는 약점을 정확하게 공략한 신기술(과 기업들)에 강력하게 맞서 우리 모두가 시간을 경험하는 방식을 되찾고 통제할 권리를 찾을 것을 촉구한다.
실천지침을 제안하기에 앞서 저자는 이 중독현상으로 인해 생긴 가장 심각한 문제로 사람들이 삶의 자율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논거를 들어 설명한다.
사실 고작 80페이지 분량을 읽으면서도 고개를 끄덕끄덕 한 순간이 많았단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디지털 세계와 신기술(스마트폰과 애플리케이션..)을 늘 붙잡고 있던 덕분에 만나게 된 신문화가 내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킨 점은 부인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긍정적 변화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불필요하게 많은 시간을 주의분산(소셜미디어 앱이나 새롭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것처럼 나를 부르는 시스템들에 주의를 빼앗기는 것)에 빼앗겼다고 생각하니 조금 억울한 면도 없지 않다.
난 그래도 이렇게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어요!라고 주장한다면, 주의분산에 빠지지 않았다면 넌 지금과 비슷한 정도의 긍정적인 결과를 지금보다 더 일찍 이뤘을 거야!라고 저자가 답할 것만 같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예전에도 했고 지금도 한다.
'지금보다 더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지금보다 더 매 순간 집중하는 것과 관련 있을까..'
그러니까 어쩌면 슬퍼야 하는데 하필 그때 내 머릿속이 복잡해서 온전히 슬퍼하지 못했을 때, 내가 행복하지 못했던 이유는 슬픔 때문이 아니라 슬픔에 집중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처럼.
친구와 여행을 갔는데, 친구를 바로 옆에 두고도 휴대폰으로 다른 친구와 메신저를 주고받느라 정신이 없었던 순간은 행복했던 기억이 아닌 것처럼.
지금 이 순간, 내가 집중해야 할 대상에만 집중하는 것. 심(心)과 신(身)이 같은 곳에 집중하고 있는 순간.
생각해보니 내게는 그런 순간순간들이 행복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집중해야 하는 그 순간이 절망과 슬픔의 순간이더라도 말이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읽다가 생각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다 보니 어렴풋이 하나의 생각이 남았다.
내 행복에 필요한 건 생각의 미니멀리즘.
어쩌다 생각이 이렇게 흘러왔는지 모르겠지만 "디지털 미니멀리즘"과의 접점이 있었을 것이다.
물론 내게 생각의 미니멀리즘은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