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홍동백서, 의견을 모으다

야주르베다

by 정인채

일찍이 <베다>에 관한 요약 글에서 결집서 <베다>엔 가장 오랜 <리그베다>와 함께 각기 성격이 다른 <야주르베다>, <사마베다>, <아타르바베다>가 있다고 했다. 이 가운데 <야주르베다>를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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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주르베다>는 문학보다는 종교의례의 실질적 필요에 따라 제사의식의 기도문을 사용 순서에 따라 모은 결집서다. 종교의례의 관점에서 중요한 <야주르베다>는 인기가 많은 결집서로 대개의 주석가들은 최초의 미션으로 <야주르베다>의 주석을 쓴다고 한다.


역사보다 오랜 신들의 이야기 <인도는 이야기다>


일단 그 명칭에 관해 먼저 정리하자면, <야주르베다>에는 일부 산문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 산문을 ‘야주스’라고 불러 <야주르베다>란 이름이 나왔고, 기도문들이 다양한 제사의식을 집전하는 사제(아드바르유)가 읊는 것들이라 <아드바르유베다>라고도 칭한다.


예전 우리도 명절의 차례 상차림을 두고 서로 왈가왈부 훈수를 두었듯, 중요한 제사의식에 관한 이견도 많은 건 당연했다. 그러므로 <야주르베다>도 여러 버전이 존재하는데, 많게는 101개의 판본이 있었다고 한다. 다만 지금 남은 건 다섯 개의 판본으로, 이 다섯 개의 판본은 크게 <크리슈나 야주르베다>와 <슈클라 야주르베다>의 두 가지로 분류한다.


* 크리슈나 야주르베다 :

⓵ 카타크 상히타(결집서)

⓶ 카피슈탈 상히타

⓷ 마이트라야니야 상히타

⓸ 탯티리야 상히타


* 슈클라 야주르베다 :

⓹ 바자사네이 상히타 : ⓐ 칸바 파 ⓑ 마단디니야 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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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크리슈나 야주르베다>는 <슈클라 야주르베다>보다 오랜 것으로 믿어지며, 남인도에 많이 알려져 있다. 찬가로 제사법을 설명하고 그에 대한 주해를 단 것으로 결집서와 범서(브라흐마 문자로 기록된 브라흐마서의 초창기)의 혼합 형태다. 의식 중 찬가와 제사 행위의 관련성을 해설하는 용도로 만들어졌다고 본다. 다시 말해, 그 내용이 운문과 함께 산문이 섞여 구성된 것이다. 여기서 산문은 매우 간결하고 직설적인데, 인도 문학의 흐름으로 볼 때 이러한 산문에서 <브라흐마나(범서)>가 시작된다.


다음은 <슈클라 야주르베다>다. <슈클라 야주르베다>에는 <크리슈나 야주르베다>처럼 설명을 위해 주해가 포함되진 않았고, 찬가, 기도문, 경 등 운문 만이 결집되어 <야주르베다>의 원형을 추측해볼 수 있다. 모두 40장으로 구성되는데, 첫 25장에 불의 숭배, 소마 제사 의식, 인드라 신에 대한 제사 등 중요한 제사의식의 내용이 정리되어 있다. 한편 이 가운데 뒷단의 22장은 훗날 추가된 것으로 보는데, 그 성격이 <야주르베다>와 달리 상징적, 신비주의적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40번째 장은 철학적으로 중요한데, 여기서 ‘신이 세상을 만든 자’라고 한다.



역사보다 오랜 신들의 이야기 <인도는 이야기다>


한때 한국도 제사에 민감했으나 실리를 쫓고 겉치레를 버리는 사이 홍동백서는 역사적 근거가 없는 얘기라고도 한다. 하지만 인도에서 신은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슈퍼스타다. 그러므로 신을 모시는 제사의식은 중요하고, 그 방법을 아는 사람 또한 상당한 권한을 가진다.


인도도 변할 것이다. 틀리지 않은 말이다. 그런데 변하지 않을 것까지 변한다고 한다면 오판이다. 변하는 건 어떤 부분이다. 혹 종교 문화의 변화를 기대한다면 그러기는 쉽지 않다고 조언해두고 싶다. 인도를 말할 때 현재와 과거의 공존이란 표현을 쓰는데, 그건 받아들여온 새로운 문화와 전통문화가 여전히 모두 유효하기 때문이고, 외부의 시각에서 볼 때 그 갭은 상당히 크게 보이는 까닭이다. 그만큼 한쪽 발은 뿌리 깊은 전통에 두고 다른 한쪽 발은 새로운 문화를 향해 뻗었는데, (요가를 잘하니) 다리도 쫙 찢고 기럭지도 매우 긴 곳이 인도인 셈이다. 좀처럼 빼지 않을 발을 둔 곳엔 역시 종교가 있다. 향후 새로운 시대의 인도, 젊은 인도인이라고 그들의 생활 밀착형에 가까운 종교적 삶이 희석되고 의식이 간소화될 것이라고 속단하긴 어렵다.


과거 학창 시절, 인도에서 영 관심이 가지 않는 분야가 있으면 '나중엔 별 필요가 없겠지' 싶어 쉬 넘겨버린 것들도 있었다. 가령 산스크리트어가 그랬는데 사어라고 하지만 학문, 지식의 언어니 <베다>를 이야기하는 지금도 여전히 살아있는 셈이다. 젊은 날 한때 그런 쉬운 생각을 가졌던 건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아마도 관심이 없는 건 나와 무관해지길 바라며 회피하던 미숙함과 철없음이었을 것이다. 긴 세월이 흘러 당연하게도 그럴 리는 절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세상의 어떤 건 끝까지 함께 할 그림자가 되는 법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말하자면, 인도에서 종교와 제사의식은 중요하다. 아리아인이 인도에 정착하고, 토착민과 섞이며 <리그베다>가 결집되고, 제의식은 <야주르베다>로 이어진다. 그렇게 출발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기억할 수 있는 인도의 모든 출발점이다. 출발점이 알고 싶지 않다고 변하거나 사라지진 않는다.


역사보다 오랜 신들의 이야기 <인도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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