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특집 | 굿모닝인천 5월, Vol. 341
너와 함께 있으면 집안에 언제나 생기가 돈다. 천진무구한 새카맣고 동그란 눈을 바라보노라면 가슴이 말랑말랑해진다. 쿠션을 물어뜯 어 솜이 터져 나와도, 아무 데나 볼일을 봐도 예쁘기만 하다. 슬플 땐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는 너.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반 려동물은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집안의 귀여운 막내다. 5월 가 정의 달을 맞아 행복한 반려동물 가족을 찾아갔다.
글 최은정 본지 편집위원│사진 유승현 포토 디렉터
지난 겨울 진미정(51) 씨 가족과 16년을 동고동락한 ‘미루’는 하늘의 별이 됐다. 그날 밤, 부평구 동물보호센터 짱구네동물병원에는 새끼 진돗개가 길에서 떨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며칠을 울기만하다 원장님 전화를 받고 동물병원에 겨울이를 보러 갔는데 미루랑 꼭 닮 았더라고요. 보자마자 ‘아, 내 아이구나’ 느낌이 왔어요.”
진 씨 가족과 겨울이는 서로에게 새로운 가족이 돼 가족을 잃은 슬 픔을 어루만져줬다. 재롱도 곧잘 부리고 말귀도 척척 알아듣는 겨울 이 덕분에 적막하던 집에 예전처럼 생기가 돌았다. 2개월 아기 때부 터 진 씨 부부의 극진한 사랑을 받고 자란 겨울이는 동물판매업소 (펫샵)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건강하고 사회성이 좋다. 외모도 제법 늠름하다. “겨울이가 우리집 보물 1호예요. 평생 꽃길만 걷게 해줄 거예요. 길 위의 더 많은 생명이 소중한 가족을 만나 사랑받고 자랐 으면 좋겠어요.”
짱구네동물병원(부평구 동물보호센터)
주소 인천광역시 부평구 평천로 356 전화번호 032-511-5515
‘뚱이’는 손바닥만 할 때 인천서흥초등학교에 온 귀여운 미니 돼지다. 4년 전 심준 희(45) 교사와 반 아이들이 데려왔다. 짧은 다리로 실룩거리며 계단을 곧잘 올라 두 살 때까지는 온 학교를 누비며 수업도 듣고 체육대회도 함께했다. 졸업 앨범에 도 올라 있을 정도다. 아이들은 뚱이 그리기 대회, 시 쓰기 대회를 열고 돌봄 동아 리 ‘뚱아리’도 만들었다. 뚱아리는 아침에 일찍 등교해 뚱이에게 밥을 주고 방학 때 도 순번을 정해 뚱이를 보살핀다. 이 과정에서 의견을 내고 조율하는 법, 생명 존중 의 의미와 책임감을 자연스레 배운다.
아이들은 뚱이와 정이 깊이 들었다. “뚱이와의 추억이 많아요. 뚱이 보고 싶어서 졸업하고도 학교에 올 것 같아요.” 박선영(12) 어린이의 말에 추서율(12) 어린이가 싱글거리며 화답한다. “그럼 선생님 돼서 매일 만나면 되겠네.” 그 순간, “꿀꿀, 꿀 꿀꿀꿀.” 뚱아리 친구들에게 맞장구 치듯 뚱이가 기분 좋은 소리를 냈다.
반려견 ‘까루’, 반려묘 ‘소금이’, 크레스티드 게코 ‘시크·다크·밀크’, 레오퍼드 게코 ‘순이·정이·난이’, 납테일 게코 ‘알망·똘망·꼬망’. 강영민(27) 씨 집엔 반려동물 대가족이 모여 산다. 6년 전 만난 까루가 맏이고, 몇 달 전 입양한 소금이가 막내다. 호기심 많은 소금이는 까루를 물고 뜯고 하지만 무던한 까 루가 잘 받아줘 평화롭기만 하다. 침실 한편엔 서른 마리가 넘는 파충류 가족 이 살고 있다.
오후 8시쯤 귀가하는 강 씨의 고단한 하루를 어루만져 주는 건 가족들이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품으로 달려들어 반겨주는 까루와 저만치서 지켜보다 슬 쩍 다가와 다리 사이에 살을 부비는 소금이의 시간 차 애교에 강 씨는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사업에 실패하고 힘들 때,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인생의 고비마다 반려동물을 보며 견뎠어요.” 그의 꿈은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해 반 려동물과 마음껏 뛰어노는 것. 강 씨네 대가족은 오늘도 작은 빌라에서 살을 맞대고 오순도순 꿈을 키운다.
부평구 청천동 장수산 일대 50만㎡에 푸르게 펼쳐진 생태숲, 인천나비공원. 그 안에서 곤충과 동고동락하는 이형범(37) 씨는 나비 전문 사육사다. “나비 가 알을 낳는 식물, 흡밀 식물 등을 심어 가꾸고 번식장·전시실·나비생태관 등을 관리해요. 큰줄흰나비, 호랑나비, 긴꼬리제비나비 등 연간 3만 마리 정 도를 번식시켜 방생하고 있어요.”
어릴 적부터 곤충이 좋았다. 금색, 녹색으로 치장한 자태가 아른거려 눈만 뜨 면 풀밭으로 달려갔다. 처음 채집한 방아깨비, 애지중지 키워 번식시킨 넓적 사슴벌레에 대한 기억도 생생하다. “곤충은 자세히 관찰하면 이루 말할 수 없 는 신비로움으로 가득 찬 존재예요. 아름다운 나비의 날개엔 생존 전략이 숨 어 있어요. 온도에 민감한 편이라 기후변화에 따라 터를 옮기며 천적인 새의 눈에 띄지 않는 문양과 움직임으로 진화했죠.” 나비는 그에게 둘도 없는 친 구, 신비로운 우주, 평생 함께할 동반자다. 그 덕분에 인천나비공원에 가면 언 제라도 신비로운 나비를 보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인천나비공원
주소 인천광역시 부평구 평천로 26-47 전화번호 032-509-8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