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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모닝인천 Apr 20. 2022

디딤돌보다 걸림돌이 많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특집 | 굿모닝인천 4월, Vol. 340

청춘은 아프다. 장애가 있는 청춘은 더 많이 아프다. 차이를 인정하기보 다는 차별적 시선을 던지는 세상을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삶의 거친 파도에 당당하게 맞서는 이들을 만났다.


글 최은정 본지 편집위원│사진 김대형 자유사진가



‘첼로 버스킹’을 하고 있는 김자영 씨




교단에 선 시각장애 선생님

햇살 좋은 봄날, 인천시민愛집에서 김자영(29) 씨를 만났다. 첼로를 켜는 그의 어깨 위 머리칼이 봄바람처럼 살랑거린다. 고운 선율을 실은 봄바람에 앞마당의 화초들 도 산들산들 춤을 췄다.

갑작스러운 요청에도 기꺼이 ‘첼로 버스킹’을 해준 그녀에게 감사를 표하자, “눈에 뵈는 게 없어서 그래요”라며 씩씩하게 웃는다. 시종일관 환한 미소를 짓는 그는 시 각장애를 안고 있는 특수학교 음악 교사다. 2018년 개교한 공립특수학교 ‘인천청인 학교’에서 교직 생활을 시작했다.

김 씨의 시력은 학생들 윤곽만 겨우 구분할 수 있는 정도. 그럼에도 그는 정제된 언 어와 빛이 없는 세상에서도 치유와 배움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비발디의 ‘사계’를 들으면 봄·여름·가을·겨울이 그려지잖아요. 말로 표현할 때보다 더 선명하게. 음악 을 통해 충분히 다양한 경험과 감정을 배울 수 있어요.”



꿈처럼 음악처럼, 나답게

“행복한 기억이 많아요. 합창대회나 축제 때도 연주하고 노래하는 게 좋았어요. 첼로, 플루트, 피아노… 오케스트라 악기는 거의 다룰 줄 알고, 장구를 좋아해서 사물놀이도 하고요. 지금도 배우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절대음감을 가진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곡을 듣고 통째로 외워 연주했다. 음악 얘기를 하는 그녀 의 눈이 봄 햇살처럼 반짝였다.

중학교 2학년 겨울, 그날도 지금처럼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마림바 수업을 받았다.  “눈이 안 보이는 너를 가르칠 자신이 없어서 미안해.” 수업 후 선생님은 고개를 돌리며 눈물을 글썽였다. 집에 오는 길, 찬 바람 에 뺨이 얼고 눈물이 배어 나왔다. “꽤 여러 번 ‘장애가 왜 서럽고 불편해야 하나’란 생각을 했던 것 같아 요. 지금까지 디딤돌보다 걸림돌이 많았지만, 꿈을 버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오늘, 그녀는 꿈을 이뤘다. 유튜브 채널(뮹자의 Music Of Dream)도 운영하고 있다. “장애가 있어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백발 할머니가 돼서도 아이들과 음악을 할 거예요.” 청년 김자영. 그의 눈 에서 또 한 번 반짝 빛이 난다.




음악 얘기를 할 때마다 반짝반짝 빛이 나는 그





우리 시는 ‘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을 모집·창단한다. 현악부·관악부·피아노·타악기 4개 분야 20명의 단원이 ‘희망의 포문’을 연다. 지난 3월 1차 모집에서 빛나는 열정과 재능을 가진 음악인들이 대거 지원했으며 4월 11일까지 2차 모집을 진행한다. 

문의: 인정재단 032-574-0250(내선 409), 시 장애인복지과 032-440-2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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