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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모닝인천 Mar 06. 2024

‘마계인천’의 반격

요즘, 인천 | 굿모닝인천 2월 Vol.362

  

    

‘악마의 세계, 인천’이라니. 느닷없는 멸칭蔑稱에 얼마나 많은 인천 사람이 가슴앓이 했던가. 한데 어디에선가 ‘마계인천’이란 단어를 두 팔 벌려 환영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신비스럽고 평범하지 않다’며 애정하고, 개항로의 청년들은 ‘마계인천’을 앞세운 로컬 프로젝트로 뭇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오만가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이 단어를 우리의 방식대로 점유하고 풀어내는 인천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리의 방식대로 점유할 수 있다면 

 마계는 더는 오명이 아닌 매혹적인 별칭이 되겠죠 

- 이종범 <스펙타클> 편집장     



스펙타클 마계인천 스티커팩

               


두근두근, 팩트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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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경제·인구 추이

오만 가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열폭’하고 피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우리가 발 딛고 선 이 도시는 묵직하고 빠르게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그리하여 이제는 과감하게 정체를 드러내놓고 정면승부를 펼칠 때다.

범죄 도시 이미지 먼저 짚어 보자. 선입견 탓에 시민들의 ‘체감 안전도’는 낮은 편이다. 하지만 객관적 지표를 들여다보면 우리 시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안전하다. 인천은 교통문화지수, 지역안전지수 높은 도시 1위, 중요 범죄 검거율 전국 1위의 자리에 있으며, 전국 17개 시·도 중 인구 대비 교통사고가 가장 적게 발생한 도시다. 인구는 증가(특·광역시 유일)하고, 안전도는 높아진 유일한 도시인 셈이다. 이 정도면 ‘압승’이다.

경제 수치는 그야말로 눈부시다. 경제성장률 전국 최고를 기록하며, GRDP(지역내총생산) 104조를 달성해 ‘대한민국 제2의 경제도시’로 진입했다. 이제 인천은 ‘글로벌 10대 도시’를 향해 나아간다. 

이미 대중에게서도 싱긋 웃으며 ‘그래. 그거 내 별명인데, 제대로 알려줄까?’라고 응수하는 태도가 엿보인다. 인천사람들을 위한 잡지 <인천 스펙타클> 2호 ‘두근두근 마계인천’은 일명 무법의 ‘도봉산’ 학교 전설 등 우리가 살아가는 인천의 오해와 진실을 파헤쳤다.

‘마계도시를 금기어로 가두어, 우리 스스로 그 안에 갇힐 필요는 없다. 이 단어를 우리의 방식대로 점유할 수 있다면 마계는 더는 오명이 아닌 매혹적인 별칭이 될 것 이다.’ (이종범 <스펙타클> 편집장) 그의 말처럼 우리의 판을 펼칠 때가 도래했다.     



     

                

“마계인천에서 색다르게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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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길 개항로프로젝트 대표

일찍이 2018년부터 인천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개항로의 오래된 골목에 아지트를 세운 이창길(45) 대표의 새로운 프로젝트에는 요즘 ‘마계인천’이 따라붙는다. 마계인천 페스티벌, 마계대학 협업 스쿨, 마계가도(인천쐬주를 개발 중이다). “‘Keep the Portland Wired!’ 미국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 젊음의 도시 포틀랜드의 도시 슬로건입니다. 거리의 작은 레스토랑에서 시작된 축제의 슬로건이었는데, 도시 전체의 분위기와 감성을 바꿨습니다.” 그는 ‘인천을 낯설게, 색다르게, 조금 이상하게’ 보여주는 판을 만들어, 생각이 통하는 이들이 즐기는 ‘마계인천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축제는 도시를 ‘악마의 세계’로 묘사했지만 저의 속내는 ‘부정적인 편견을 지우고, 무한한 가능성이 넘치는 도시’로 다시 정의하자는 겁니다.” 그의 목소리에서 힘이 넘친다. 그리하여 9월의 어느 아름다운 가을, 평상 포크(개항로통닭), 사랑은 보사노바를 타고(일광전구 라이트하우스), 드렁큰 빈티지 마켓(개항백화), 신해철 음감회(동인천다방), 마계 스테이지(진7080라이브)와 같은 다채로운 예술판이 벌어졌다. 

“인천은 매력이 많은데, 아직 매력적이진 않아요. ‘인천이라는 원석’이 여기 있습니다. 로컬 비즈니스를 기획하는 꾼들, 얼른 들어와서 같이 놉시다!” 

개항의 역사, 원도심의 골목, 168개의 보물섬, 국제도시… ‘인천의 콘텐츠는 무궁무진하다. 자긍심을 갖고 고운 눈으로 보면 이야깃거리가 넘쳐난다’는 그의 말이 가슴에 오래도록 남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B급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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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김용희 인천시의원

‘광고 카피만 카피냐, 남의 마음을 흔드는 건 다 카피다’(이원흥 카피라이터)라는 말을 빌리자면, 마계인천이란 단어는 분명 매력적이다. 고담대구, 갱스오브부산, 라쿤광주 등 여러 도시의 별명 중 단연 인지도가 높다. 인천의 한 시민은 ‘인터넷 커뮤니티가 활성화됐던 2000년대 초반에 생겨나 20년 넘게 회자될 만큼 기억에 남고, 입에 착 붙는 단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인천의 젊은 두 시의원도 ‘마계인천’을 적극 활용해, ‘인천의 개성을 제대로 알리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김대영(31) 의원은 “이미지를 재창조해보자. 앞으로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용희(42) 의원도 “이제는 ‘개성 있는 도시의 별명’을 긍정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시점이 온 것 같다. 귀엽고 깜찍한 ‘마계 캐릭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라고 피력했다.

김용희 의원은 최근 연재를 시작한 웹툰 ‘와라! 인천 마법의 세계로’를 예로 들며 “‘마법의 세계, 마법이 계속되는 인천…’ 등 단어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치환하는 것도 새로운 홍보 전략”이라며 차별화된 도시 브랜딩을 주문했다. 할 게 너무 없어서 재미없다는 ‘노잼 도시’ 대전이 빵 축제로 맞받아쳐 ‘유잼 도시’가 된 것처럼 말이다.

“행정에도 B급 감성이 필요합니다. 향유하고 소비할 수 있는 가벼운 콘텐트도 역할이 있습니다.” 김대영 의원의 말처럼 멸칭은 우리가 사랑하는 도시의 애칭이 될 수 있다. 마계를 ‘매혹적인 별칭’으로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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