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 영화의 고전
록키 호러 픽쳐 쇼 Rocky Horror Picture Show는 1975년에 개봉한 SF 뮤지컬 호러 코미디이다. 그만큼 다양한 장르가 혼합되어 있다. 영화는 다분히 1930~1960년대에 제작된 싸구려 B급 SF와 호러 영화에 대한 오마주이자 패러디이다. 1973년에 공연되었던 뮤지컬 록키 호러 쇼의 영화 버전이기도 하다.
영화의 줄거리는 별 내용이 없고 줄거리가 중요한 것도 아니다. 약혼한 사이인 자넷과 브래드는 폭우 속에 자동차가 고장 나자 도움을 청하러 인근에 있는 성으로 들어가는데, 이 성은 외계에서 온 여장 남자 프랭크가 근육질의 남자를 만들어 내는 실험을 하고 있는 곳이다. 자넷과 브래드는 각각 프랭크와 섹스를 하게 되고 트랜실바니아 은하계의 트랜섹슈얼 행성에서 온 외계인들이 벌이는 기괴한 행사를 겪게 된다. 프랭크가 창조해낸 근육질 남자 록키로 인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종국에 프랭크와 록키는 죽고 외계인들은 고향 행성으로 돌아간다.
뮤지컬이니만큼 영화는 경쾌한 로큰롤이 계속 흘러나오고 중간에 잠깐 미트로프 Meatloaf가 에디 역할을 맡아 등장하기도 한다. 영화는 개봉 당시 평론가들로부터 혹평을 받았고 대중들에게도 외면받았다. 그러나 그 이후 심야 극장에서 상영되면서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어 컬트 영화로 자리 잡게 되었다. 심야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캐스트들과 같은 복장으로 영화 장면을 재연하는 등 관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하나의 사회적 현상을 일으켰고, 이를 통해 원조 컬트 영화로 꼽히게 되었다.
영화가 딱히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고 의도했는지는 불분명하다. B급 영화에 대한 오마주와 더불어 굳이 의미를 찾자면 사회 규범에 대한 도전이라고 보겠다. 모범적이고 건전한 젊은이들인 자넷과 브래드가 프랭크에 의해 성적으로 타락하고, 특히 처녀였던 자넷은 프랭크와 섹스를 한 후에, 프랭크가 창조해낸 근육질 남자 록키를 적극적으로 유혹해서 섹스를 할 정도로 타락(?)하게 된다. 프랭크는 드랙퀸 복장으로 방종한 성을 보여주는데, 당시 미국 사회에서 반사회적으로 비쳤을 행동을 통해 기존 질서에 대한 조롱을 퍼붓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비록 B급 정서를 폴폴 풍기지만, 20세기 폭스가 제작한 메이저 스튜디오의 영화이다. 앳된 모습의 풋풋한 수잔 서랜던이 자넷 역을 맡아서 B급 영화 정서에 꼭 들어맞는 느낌의 연기를 보여주고, 모터사이클을 타고 잠깐 출연했다 죽는 미트로프를 보는 재미도 있다. 여러 가지 특성이 들어맞아서 영화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컬트 현상으로 자리 잡고, 사회 현상이 되었다. 지금 시점의 한국 사람들이 보면 엉뚱하고 기괴한 영화라고 느껴지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