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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e Ale Dec 05. 2018

불편한 황교익, 부당한 마녀사냥

불편한 것과 부당한 것

음식을 딱히 좋아하는 미식가도 아니고, 맛을 탐닉하는 것도 아니고, 초딩 입맛이라 놀림받는 사람이기에, 음식 전문가를 자처하는 황교익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나 감정, 의견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런데 최근 황교익이 비난의 대상이 되는 사회 현상이 발생하고 있고, 이것은 부당하다 생각되기에 불편하다. 


일련의 발언으로 인해 황교익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고 있는 모양인데,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마녀 사냥은 위험한 사회적 병폐이다. 그에 대한 논란 중 하나가 불고기 일본 기원설인데, 그가 비난받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 황교인은 불고기라는 명칭이 일본의 야끼니꾸에서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1920년대에 생겨난 일본어 음식 명칭인 야끼니꾸焼肉 한자표기를 한글로 직역하면 불고기가 되니까, 불고기라는 이름은 일본어에서 온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럴 수 있다. 우리말의 상당 부분이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일본어의 영향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고 충분히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억지를 쓰는 것도 아닌데, 황교익이 비난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 자신의 주장을 펼쳤을 뿐이다. 


떡볶이는 원래 맛없는 음식이라는 말에 대한 비난도, 황교익 개인의 판단으로 떡볶이는 원래 맛없는 음식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떡볶이가 맛있는 사람은 그냥 무시하고 맛있게 떡볶이 먹으면 된다. 황교익을 욕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이런 논리라면 내가 맛있는 음식을 맛없다고 하는 사람은 모두 비난받아야 한다.


황교익이 이런 비난과 비호감의 대상이 된 것은 물론 어느 정도 이유가 있다. 호감형 인물의 대표 격이라 할 백종원에 대한 일련의 비판 과정에서 황교익의 발언이 부적절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미식가를 자처하는 황교익 입장에서 백종원이 전파하는 음식은 싸구려 입맛의 대명사처럼 느껴졌을 가능성이 높고, 그런 백종원을 추종하는 대중이 한심하게 보였을 터이다. 자연스레 그런 감정이 발언에 묻어 나왔을 것이라 추측한다. 대중적이고 소탈한 이미지의 백종원을 좋아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황교익은 까칠하고 재수 없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발언한 것들에 대해 마녀사냥식 비판이 가해지는 것은 문제가 많다. 황교익도 어차피 대중매체에 출연하고 대중을 상대로 이미지를 팔고 있으니 그런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을 감수해야 하겠지만, 비슷한 사례가 있을 때마다 특정인에 대해 마녀사냥이 시작되는 현상은 매우 불편하고 위험하다. 


과거에는 표현의 자유가 권력에 의해 제한받았는데, 요즘에는 일반 대중들의 마녀사냥이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것 같다. 더구나 실질적인 피해자가 생겨나고 있으니 문제가 심각하다. 자정작용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현상인 것 같은데, 그렇다고 규제할 마땅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인터넷으로 촘촘히 연결되어 누구나 공론의 장에서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시대가 되다 보니 발생하는 문제이다. 세월이 해결해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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