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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e Ale Jan 06. 2019

스카이 캐슬: 학벌과 계급

진정한 장르 드라마의 진화

미셸 푸코 같은 사상가를 들먹이지 않아도 교육이 그 사회에서 적절하게 기능할 구성원을 만들어내기 위한 도구임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거기에 덧붙여 대한민국에서 대학 교육은 학벌로 상징되는 출세의 도구였는데, 이제 계급 세습의 도구로 진화하였다. 한때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신분상승의 원천이 대학이었으나, 이제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다. 학벌 세습이 고착화되었고, 이를 통한 신분 세습도 고착화되었다. 드라마 스카이 캐슬은 이 지점에서 한국 교육의 실상을 예리하게 파고든다. 


한국 드라마는 비밀의 숲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 같다고 쓴 적이 있는데, 실제로 천편일률적 연애 이야기에서 탈피하여 진화 중이다. 각종 사회 현상을 꼬집는 비판을 위시하여 한국 드라마가 진정한 장르를 갖추고 있다. 스카이 캐슬은 과거 막장 드라마의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지만,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비현실적 막장 설정을 통해 매우 현실적인 사회를 보여주고, 상위 계층의 욕망과 교육을 통한 세습 과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상류계급을 상징하는 스카이 캐슬의 주민들이 목을 매는 것은 자녀들의 서울대 진학이다. 드라마에서는 부모들이 자기 자신의 욕망을 자식에게 투영하기에 자식들을 서울대에 보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설정되어있다. 사실 사회 지배계급이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려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학벌이 기득권을 유지하는 수단이 된 지 꽤 오래되었기 때문에, 자녀들에게 계급을 물려주려는 자연스러운 시도이다.


서울대 합격생 중 강남 출신 비중은 이제 거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드라마에 묘사되었듯이 강남 부자 부모들은 사교육에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한다. 과거 단지 좋은 머리와 노력만으로 가능했던 학벌에 의한 신분 상승은 이제는 불가능하다. 부모의 재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명문대 진학은 거의 불가능이다. 학벌도 세습되고 따라서 신분도 세습된다.


대학입시제도도 세습이 수월하도록 변하여, 과거 학력고사 점수로만 평가하던 것을 이제는 온갖 다양한 요인들이 입시를 구성하고 있고, 이런 요인들은 절대적으로 재력과 정보를 갖춘 사람들에게 유리하게끔 맞춰져 있다. 학벌을 통한 신분 세습이 공고화 된 것이다. 


드라마에서는 딸을 하버드에 보낸 부모가 마치 자기 자신이 훈장을 달고 있는 것처럼 구는데, 미국 명문대학들은 한국보다 더 노골적으로 신분 세습을 돕는다. 하버드나 예일 등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부모가 그 대학 출신이고 상류층이면 대부분 입학을 할 수 있다. 옛날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들이라는 미국 드라마의 영향인지, 마치 하버드생들은 공부하느라 죽어나는 것으로 알지만, 미국 사립대학들은 입학하고 나면 졸업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있는 집 자녀들은 평범한 중산층은 꿈도 꾸지 못하게 값비싼 사립 기숙학교에 다니고, 이들은 대부분 사립 명문대에 진학하고 졸업한다. 


그렇게 미국인들도 학벌을 신분 세습의 수단 중 하나로 삼는데, 이제 한국도 그런 사회가 되었다. 다만 미국의 경우 사립 명문대학의 숫자가 많고 사립 못지않은 명문 주립대학들도 많아서 대등하게 경쟁하고 선택의 폭이 넓은 것에 비해, 한국은 오직 서울대에 집중되어 있다는 차이가 있다. 그러다 보니 학벌을 위한 경쟁과 압박은 당연히 극심할 수밖에 없고 그런 압박을 이기지 못하는 어린 학생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애초부터 이 경쟁에서 불리한 조건으로 출발하는 평범한 집안 학생들은 불공평하고 불공정한 현실에 좌절할 수밖에 없다. 그런 아이들은 곧 자포자기를 하게 된다. 드라마는 이런 한국 교육의 현실을 막장 설정을 통해 잘 묘사하고 있다. 동시에 막장 설정은 한국 상류층의 추한 이면을 들춰보이는 장치이기도 하다. 흥행성을 갖추면서도 한껏 사회를 꼬집고 냉소도 날린다. 한국 드라마는 짧은 시간 동안 정말 많이 진화했고, 계속 진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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