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ration Finale
"아르헨티나에 숨어 있는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을 법정에 세우기 위해 펼쳐진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요원들의 활약을 그린 영화"라고 요약할 수 있다. 영화 자체는 잘 만들었다. 벤 킹슬리의 연기는 훌륭했으며 왜 그가 위대한 배우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이런 주제의 영화가 범하기 쉬운 감정 과잉을 잘 절제한, 깔끔한 영화이다.
잘 만든 영화임에도 시청하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은, 이미 넘칠 대로 넘쳐있는 나치와 유대인에 관한 콘텐츠들에 하나를 다시 더함으로써 이제는 과잉을 넘어 식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유대인의 입장에서는 나치의 만행을 용서할 수 없겠지만, 아무리 정당한 일이라도 수십 년이 넘게 계속 세뇌 교육하듯 반복되는 이런 식의 영화 제작은 이제 거부감이 든다.
차라리 아이히만이 약육강식을 말하며 "우리도 모두 동물"이라고 말하는 대목이 더 현실적이다. 전쟁 범죄자를 잡아서 처단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으나, 모사드가 행한 타국에서의 불법 납치를 어떻게 정당화시킬 수 있는지 모르겠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논리인데, 이것은 옳지 않다. 박정희가 일본에서 김대중을 납치하여 한국으로 데려온 것은 불법이고 비난받아야 할 일이다. 모사드가 아르헨티나에서 아이히만을 납치해온 것도 불법이고 따라서 비난받을 일이다. 민주투사와 나치 전범이 어떻게 똑같을 수 있냐는 논리라면 정의라는 개념도 상대적이고 유동적이다. 박정희에게 김대중은 민주투사가 아니라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불순세력이었을 테니까.
그래서 영화가 편하지 않고, 이스라엘의 모든 행위가 정당화되는 묘사가 불편하다. 서구 문명의 근간을 이루는 기독교가 유대인의 종교에서 나온 것이고 국제 질서를 움직이는 유대인의 힘이 크기에 계속 이런 영화가 제작되는 것이겠지만, 세뇌교육을 받는 기분이라 불편하다.
나치의 만행에 당한 것뿐 아니라, 수천 년 동안 유대인이 당한 핍박에 대한 피해의식이 너무나 크기에 유대인들의 핏속에는 전 세계인을 상대로 계속 집요하게 세뇌교육을 시켜야 할 이유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시는 핍박을 당하지 않겠다는, 뼛속 깊이 새겨진 피해의식의 발로가 아닐까. 하지만 이런 집요함이 바로 핍박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