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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e Ale Sep 29. 2018

늑대의 어둠 Hold the Dark

잠재된 잔인성 탐구

환경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절실하게 느끼는 경우가 가끔씩 있다. 이 영화가 그런 경우 중 하나이다. 인간 본성으로 잠재되어 있는 야생성, 그 잔혹한 야생성을 그리고 있는데, 그것을 그리는 방식은 영화의 무대인 알래스카의 자연과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곧 미국이라는 환경에서만 창조 가능한 영화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은 여러 모로 축복받은 나라이다.


지구 상에서 가장 문명화된 사회 중 하나인 미국 사회이지만, 워낙 넓은 국토 덕분에 다양한 형태의 극단적 문화들이 미국 땅덩어리 어느 구석에서 숨어서 존재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 그곳은 알래스카의 외딴 마을이다. 너무나 외진 곳이라 어떤 종류의 야생성도 정당화될 수 있을 것 같은 무대이다. 이 영화가 설득력을 얻는 것은 그런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늑대에 관한 책을 쓴 작가가 알래스카 외딴 마을에서 온 편지를 받고 그곳을 방문한다. 어린 아들이 늑대에게 잡혀갔다는 엄마의 사연을 담은 편지를 받고 지나칠 수 없었기에 무언가 도움을 주려고 찾은 것이다. 아울러 소원해진 딸이 살고 있는 곳이기도 했기에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곳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하고,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인간 야생성의 잔혹함을 목격하고 몸소 체험하게 된다. 


별다른 설명도 없이 무심하게 살인이 저질러지는데, 그것이 가능하다 느끼게 되는 것은 바로 알래스카 자연의 모습이 배경이기 때문이다. 이런 야생의 세계에서 인간이라고 야생성이 발현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할 듯하다. 


문명은 인간을 길들인 것 같지만, 아직도 인간 내면의 본성 깊숙한 곳에는 야생의 본능이 생생하게 살아있어서 그 본성을 자극하는 환경에서라면 언제건 야수의 발톱이 불거져 나온다는 것이, 영화의 배경인 눈 덮인 알래스카 산골에서 지극히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들을 보면 블록버스터 영화의 스타급 배우들과 감독들이 참여해서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영화관에서 개봉하는 극장판 블록버스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영화처럼 느껴진다. 컴퓨터 화면에서 구현되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특성상 아무리 많은 제작비가 투입되고 유명 감독과 배우가 제작을 해도 극장에서 느낄 수 있는 감흥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듯하다. 


단순 유통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이제 콘텐츠 제작에 직접 나선 넷플릭스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흥미롭다. 기존의 콘텐츠 제작사들이 자사가 가진 콘텐츠의 또 다른 판로 중 하나쯤으로 여겼던 넷플릭스가 아예 유통망을 장악하고 콘텐츠까지 장악할 기세가 거세어지자 향후 넷플릭스에 콘텐츠 제공을 제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넷플릭스는 따라서 생존을 위해서라도 자체 제작 콘텐츠를 확보해야 한다. 넷플릭스가 과연 미디어 시장의 여러 채널을 장악하는 거대 공룡이 될 것인지, 아니면 위기의식을 느낀 기존 콘텐츠 제작사들이 넷플릭스와 같은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 망을 구축해서 경쟁하게 될지, 그 미래가 자못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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