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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e Ale Feb 04. 2019

방콕, 인도차이나 여행의 시작과 끝

카오스의 도시


"끄룽 텝 마하나콘 아몬 라따나꼬신 마힌타라 유타야 마하딜록 폽 노파랏 랏차타니 부리롬 우돔랏차니웻 마하사탄 아몬 피만 아와딴 사팃 사카타띠야 윗사누깜 쁘라싯(กรุงเทพ กรุงเทพมหานคร อมรรัตนโกสินทร์ มหินทรายุธยามหาดิลก ภพนพรัตน์ ราชธานีบุรีรมย์ อุดมราชนิเวศน์ มหาสถาน อมรพิมาน อวตารสถิต สักกะทัตติยะ วิษณุกรรมประสิทธิ์)"


이 긴 이름은 태국 방콕의 정식 명칭이다. 이는 '천사의 도시, 위대한 도시, 영원한 보석의 도시, 인드라 신의 난공불락의 도시, 아홉 개의 고귀한 보석을 지닌 장대한 세계의 수도, 환생한 신이 다스리는 하늘 위의 땅의 집을 닮은 왕궁으로 가득한 기쁨의 도시, 인드라가 내리고 비슈바카르만이 세운 도시'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렇게 화려한 수식어를 이름으로 가지고 있는 도시 방콕은 인구 천만명의 거대한 메트로폴리탄으로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다양한 매력의 도시이자, 동남아 여행의 관문 도시이고 배낭여행객들의 메카이다. 또한 방콕과 사랑에 빠진 외국인을 비롯하여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어지러운 혼돈의 도시이기도 하다.


방콕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면 제각각인데, 바로 그 점이 방콕의 매력이다. 그 어떤 것을 욕망해도 모두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도시. 세련된 도시 문화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도, 오래된 전통을 경험해보고 싶은 사람들도, 종교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람들도, 밤문화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도, 레저활동을 원하는 사람들도, 쇼핑을 하고 싶은 사람들도, 호사로운 호텔을 만끽하고 싶은 사람들도, 식도락가도, 다국적 여행자들과 어울리며 값싼 숙소 등의 여행 정보를 얻고자 하는 배낭여행객도, 어떤 사람이라도 원하는 모든 것을 충족시켜 주는 도시이다. 그만큼 다양한 문화와 볼거리를 가진 도시이고, 이런 도시는 전 세계에 방콕이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방콕이 전 세계인이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로 매년 선정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방콕을 처음 방문했던 것은 오래전인데, 방콕 소재 유네스코 출장길이었다. 그때 받았던 첫인상이 강렬했다. 많은 국제기구들이 위치하고 다양한 국적의 이방인들이 어울려 생활하는 국제도시로서의 면모와, 수쿰빗 도로의 모던하고 화려한 이면의 소이Soi들에 공존하는 소박하고 낡은 집들은, 고가철도 스카이 트레인과 묘한 조화를 이루며 이국적인 풍광을 만들어냈다. 동남아 초행길의 여행자에게 방콕은, 서구 어느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하고 강렬한 개성으로 다가왔고, 그 매력에 빠진 이후에는 매년 한두 번 이상 방콕을 찾는다. 인근 국가를 여행할 때도 우선 방콕행 항공권부터 찾아본다. 방콕 항공편이 가장 많기도 하고 따라서 저렴한 경우가 많고, 방콕에서 인근 국가로 이어지는 다양한 교통편이 많기에, 우선 방콕으로 가서 다른 목적지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방콕은 동남아시아를 여행할 때 시작과 끝이 되는 도시이다.

여행지의 매력에 빠지게 될 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람"이다. 아름다운 경관이나 유적지 등 하드웨어적인 것이 주는 매력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뭐니 뭐니 해도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방콕을 중심으로 하는 태국은 "미소의 나라"라는 별칭이 상징하듯 친절한 사람들이 가장 큰 매력이다.


어느 도시를 여행하건, 가급적 현지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다. 평범한 삶의 현장을 느낄 수 있고, 마음 편하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콕은 다양한 대중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다. 수완나품 공항에서 도심으로 오는 공항철도를 위시하여 스카이 트레인과 지하철, 다양한 버스 노선, '롯뚜'라 불리는 미니버스, 그리고 짜오프라야강과 운하를 운행하는 수상교통 등 다양한 대중교통이 도시 곳곳을 이어준다.


방콕은 특히 택시비가 매우 저렴하고 편리하기는 하지만 택시비를 흥정하려 하거나 승차거부를 하는 경우도 가끔 있어서, 시간 여유가 있으면 버스를 종종 이용한다. 버스는 거의 공짜에 가까울 정도로 저렴하고, 요금을 받지 않는 날도 있어서 문자 그대로 공짜로 이용하기도 한다. 슈트를 차려입고 볼일을 보러 가는 길에 시간 여유가 있어서 버스에 오를라치면, 친절한 방콕 사람들은 이 어리바리해 보이는 외국인이 제대로 목적지를 찾아가지 못할까 봐 서로 나서서 신경을 쓰고 도와주려 한다. 비록 말은 잘 통하지 않아도, 친절한 태국 사람들의 배려심이 잘 느껴져 마음 푸근하다. 친절하고 아름다운 방콕 사람들이 내가 느끼는 방콕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래서 인도차이나 여행을 계획할 때는 언제나 방콕으로 가는 항공 편부터 검색을 한다. 내게 있어서 동남아 여행의 시작과 끝은 언제나 방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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