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주신 <코비카 35BC>와 <올림푸스 펜 EE‑3>
두 번째 인터뷰의 주인공은 '백수 최권욱' 님입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제 이름은 최권욱이고요. 마포구 상수동에서 10년째 거주하고 있고, 작년 말에 퇴사를 하고 6개월째 (현업 백수)로 활동 중입니다.
Q 소개하고 싶은 물건이 있나요?
A 아버지가 주신 필름 카메라 2개를 가져와봤어. 책이 주제라고 해서,,, 잠깐 고민을 했는데. 근데 내가 책을 잘 안 읽거든 잡지 말고는. 잡지보다는 내게 의미 있는 물건을 소개하는 게 좋을 거 같았어. 코비카 35BC와 올림푸스 펜 EE-3 야.
Q 물건에 담긴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A 코비카 35BC는 아빠 말로는 최초의 국산 카메라래. 확인은 안 해봤어. 아빠가 군 생활할 때 썼다고 하더라고. 사진병이셨거든. 이거는 받아놓고 한 번도 안 써봤어. 목측식 카메라라고 뷰파인더를 통해 눈으로 직접 초점을 맞추는 완전 수동 카메라인데, 내가 그 정도까지 아날로그빠는 아니어가지고. 불편해서 이거는 잘 안 쓰게 되더라.
올림푸스 펜 EE-3는 꽤 마니아층이 있는 기종인데, 이건 아빠가 그냥 취미생활용으로 구매한 거야. 이게 신기한 게 필름이 원래 36장이 들어가잖아? 근데 이건 세로로 반을 갈라서 필름 한 장에 두 장이 찍혀. 총 72장이 찍히는 거지. 이게 묘미가 뭐냐면 필름을 넣고 감다 보면 한 장씩 밀려서 찍히는 경우가 있잖아? 그러다 보니까 내가 구상한 대로 잘 안 나오는 경우가 많아. 필름 카운트를 잘못하면 한 프레임에 담고 싶었던 사진들이 다음 프레임으로 하나씩 밀리기도 하고. 근데 그런 우연이나 실수들로 의도한 필름은 못 얻어도, 그냥 그게 재밌더라고. 아 그리고, 이건 똑딱이여서 되게 찍기 편해. 그래서 가장 많이 가지고 다니는 기종이야.
Q 언제, 어디서 이 카메라를 만났나요?
A 내가 얘네들을 처음 만난 거는 2017년 5월쯤? 나는 정말 사진 찍는 것을 싫어하던 사람이었거든? 아빠 취미가 사진이다 보니까, 그런 거 있잖아. 가족 여행 가도 막 아빠 혼자 사진 찍으러 돌아다니고 하니까 괜히 싫었어. 그러다 보니 사진을 찍는 취미든 일이든 그렇게 좋은 감정은 아니었는데, 첫 직장에서 사진과 관련된 일을 시작하게 된 거야. 포토로 지원한 건 아니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까 어느새 사진을 찍고 있었던 거지. 아빠한테 내가 직장을 들어갔는데 사진을 찍게 되었다고 하니까 되게 반가워하시더라고. 드디어 아들과 같은 취미를 공유하게 되었구나 하시며. 그러시더니 장롱에 박혀있던 카메라 3대를 꺼내서 주셨어. 한 대는 야시카인데 지금은 수리 맡겨놨어.
Q 간단한 추천사 있을까요? 취미로써 필름 카메라도 좋고. 기종에 대한 추천도 좋고요.
A 음. 올림푸스 펜 EE-3을 추천할게. 입문자들을 위해서. 일단은 필름값이 반값이 든다. 개꿀. 그리고 찍기 쉬워. 현상을 했을 때 가장 기대되고 재미있는 카메라인 거 같애. 다만 단점이 있어. 72장이 너무 많아. 한 롤 쓰기가 힘들어.
Q 즐겨 듣는 음악이 있으세요?
A The Internet의 <Under Control>을 제일 좋아해. Nujabes 도 꽤 좋아하고. <Space Between Two World>를 즐겨 들어. 약간 재즈힙합이나 좀 뭐랄까 리드미컬한 장르를 되게 좋아하거든. 드럼 소리가 좀 큰 걸 좋아해. 그래서 <Under Control>도 탕타탕타탕타 하는 도입 부분이 너무 좋아.
Q 2021년에 뭐하고 싶어요? 앞으로의 진로는?
A 이건 내 욕심일 수도 있고 뭘까 내가 자신감이 결여된 부분일 수도 있는데, 나라는 사람이 어떤 직업이다라고 말할 때 한 단어로 정의하기가 되게 싫더라고. 나는 사진가입니다. 기획자입니다. 마케터입니다. 이런 게 싫어. 여러 가지 하고 싶은 욕심도 있고, 내가 어느 한 분야에 엄청나게 조예가 깊은 것도 아니라서 두루두루 잘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 뭔가 내가 직업적으로 나는 무엇입니다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거 같고, 그래서 남은 2021년에는 다양한 경험들을 많이 하고 싶어. 현재도 다양한 경험들을 하고 있는 거 같긴 해. 뭐, 지금 사진 찍는 일도 꽤 하고 있고, 기획적인 일들도 예정되어 있는 게 있거든. 근데 그냥 나 소개할 때는 '백수'가 제일 좋다. 굳이 내가 누구에게 '직업'을 소개해야 한다면 프리랜서. 아니면 에디터? 에디터가 좀 포괄적인 거 같아. 마케터라는 단어는 좀 촌스럽고.
Q 정인천에게 한 마디.
A 잘해라. 잘하고. 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