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외할머니는 남자였어

매일 쓰기 76일차

by Inclass

외할머니께서 정기적으로 드셔야 하는 약이 있어요. 이제 80이 넘은 나이가 되시다 보니 아무래도 복용해야 하는 약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어머니께서 대신 약을 처방받기 위해서 병원에 가는데 가족관계 증명서가 필요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증명서를 발급해서 보내 드렸지요.


우연하게 본 원본에서 뭔가 이상한 걸 봤어요.

외할머니의 어머니. 그러니까, 어머니의 외할아버지 주민등록 번호는 비어있고, 어머니의 외할머니의 주민등록 번호는 뒷자리의 숫자가 2가 아닌 1로 시작하고 있더라고요. 당연히 주민등록 번호로 성별을 구분하는 시스템에서 어머니의 외할머니는 남성으로 분류되어 있었지요.


지금 이야기하면 그런 일이 있을까? 하지만, 정말 그런 행정상의 착오도 있더라고요.




정해진 틀에서 살아온 세대는 그런 생각을 못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어떻게 그럴 수 있어?

그게 논리적으로 가능해?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런데 말이지요.

살다가 보면, 가끔은 그럴 수 있거든요.

가끔은 비논리적인 그 일을 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요, 말이 되지 않는 그 일을 하는 내 모습을 깨닫게 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비논리적이고, 비이성적인 행동을 했던 내 모습은 감각과 직관에 기초해서 움직였다고 하지만, 타인의 그런 행동에서는 냉정한 기준을 거론하며 그 사람이 잘못되고 틀렸다고 말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아요.


물론, 그런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이며 합당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관대하자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때로는 그런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고 조금은 관대하게 세상을 봤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나는 칼 같은 사람이라는 명제가 사실이 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무조건적인 반대를 주장하며 문제를 대하는 사람들을 자주 보는 요즘 같아요.


가끔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는 것도 전략이고, 상대가 이겼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도 능력인 경우도 있지만, 모든 상황에서 모든 충돌에서 이기려고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그들의 탓이라고 하기는 힘들겠지요.

마치 승리하지 못한 사람이 패자라고 생각하는 사회적 인식이 문제가 아닐까요?


손해 본다고 생각해도 조금은 물러날 수 있는 사람이 정말 강한 사람이라고 가끔은 생각하며 살아가려 합니다. 물론, 항상 그런 사람이 되면 정말 호구로 생각되겠지만, 가끔은 물러설 수 있는 힘도 가지고 있는 강한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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