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기 118일차
지금 생각해도 그때 참 못났었지요.
어느 날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유도 없이,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없어진다고 누가 알까?”
교우관계가 나쁜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모든 관계가 가식이라는 느낌.
모든 관계성에서 나에 대한 본질은 없어지고,
각자가 가진 목적에 의해서 나와 관계한다는 생각.
작은 씨앗처럼 내 마음에 자리 잡은 그 마음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모든 것을 덮었어요.
아무와도 연락하지 않았어요.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았어요.
밥도 먹지 않았어요.
잠도 자는 둥 마는 둥.
그렇게 시간을 흘러 보냈지요.
사실, 정확하게 떠오르지도 않아요.
빈 방에서, 낮과 밤이 오는지도 모르고,
그냥 그렇게 누워있고, 앉아있고 자다가 일어나다가 그렇게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있는 제 모습이 너무 한심한데,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려니 더 한심하고,
어쩌면 마음 어딘가에서는 누군가 제게 손을 내밀어 주기를 바랐던 것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지만,
문을 잠그고, 불을 끄고, 휴대폰도 끄고.
저는 그렇게 외부와 단절해서 침묵했었지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는,
누군가 들어와서 나를 잡아주기 바라는,
그런 모순.
갑자기 찾아온 어둠은,
갑자기 떠났어요.
어떤 계기인지도 모르겠어요.
화장실에 갔다가 나오면서 불을 끄는데,
스위치가 탁 하면서 꺼지는 것과 동시에,
그런 생각이 떠올랐어요.
“내가 날 사랑하지 않는데 누가 사랑하겠냐?”
정말 순간적으로.
마치 갑작스러운 섬광과 같이.
그 문장이 지나갔어요.
맞아. 내가 날 사랑해야지. 내가 날 아껴야지.
내 삶은 결국 내가 살아가는 건데.
그리고 거짓말처럼 어둠에서 나왔어요.
교직을 하면서 그런 아이들을 봤어요.
누가 봐도 아름답고, 잘 생긴 아이들이
스스로를 인정하지 않아서 주눅 들고,
힘들어하는 모습을요.
그럴 때면 저는 그때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해 줬어요.
네가 널 사랑해야지 다른 사람도 널 사랑할 거야.
네가 널 귀하게 여겨야지 다른 사람도 널 귀하게 여길 거야.
감동이 온전하게 전달되었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그 아이들의 삶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저와 같은 말을 계속한다면, 언젠가 아이들도 그 말에 젖어가게 되지 않을까요?
어쩌면, 그 아이들도 저와 같이 섬광처럼 그 말이 스쳐가지 않을까요?
내가 날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날 사랑할까?
내가 날 귀하게 여기지 않으면 누가 날 귀하게 여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