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하드디스크를 정리하며

매일 쓰기 120일차

by Inclass

퇴직 이후에 열어보지 않았던 외장하드를 찾았어요.

10년의 기록이 그 안에 있더라고요.

엄청난 용량의 그것을 정리하기 시작했지요.


10년의 시간.

연도별로 저장된 폴더에는

수많은 공문이 있었고

참고 자료가 있었고,

행사 사진이 있었으며,

평가의 기록이 있었어요.


폴더를 정리하다가,

아이들과 주고받은 문자,

카카오톡의 내용이 백업된 자료도 찾았어요.


이제는 돌아오지 않을 과거의 기억들.

내게 있었지만,

기억과 흔적 속에만 존재하던 그것들.


많은 사진을 보다가,

기억 속 모습과 다른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어요.

기억 속의 모습과 다른 내 모습도 있었지요.


하루와 하루는 이어지는데,

그런 이어짐 속에 살아온 나는 변했나 봐요.

그렇게 기억도 변한 것 같았어요.


오늘에서 내일로 이어지는 하루 속에서,

어쩌면 나도, 우리도 변하겠지요.

그리고 그런 변화 속에서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같으리라 믿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삶의 순간도

제가 변하는 것처럼,

미미하게 변하겠지요.


멈춰있는 것 같은 변화 속에서,

지금에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도 내일도 그대로 일 것 같은 아이가

언젠가는 사춘기 청소년이 될 것이고,

오늘도 내일도 그대로 일 것 같은 부모님이

언젠가는 연로한 노인이 되어 있을 것이며,

오늘도 내일도 그대로 일 것 같은 반려자가,

언젠가는 내 부모의 모습처럼 나이 들어 있겠지요.


오래된 폴더 속의 흔적을 보면서

과거를 회상하기보다는

지금에 충실해서 아낌없이 사랑하는 오늘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오늘도 사랑하고,

내일도 사랑해서,

시간의 끝에서 아쉬워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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