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기 123일차
가끔 그런 날이 있어요.
하루를 마치고,
잠자리에 누우려 하는데,
내가 보낸 하루가 연기처럼 사라진 기분.
오늘 뭐 했었지?
오늘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오늘은 무슨 글을 쓸려고 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서.
그저 멍하게 스마트폰을 보다가.
화면을 끄는 그런 하루.
누구와
무엇을 먹었고, 어떤 일을 했는지
분명 기억나는데,
그 가운데 내가 없었던 기분.
나의 생각과 존재가 없었던 기분.
가끔 그럴 때는 사진을 찾아봐요.
꼭 그날의 사진이 아니어도
최근 사진을 하나 둘 살펴봐요.
그리고 그 사진을 찍던 시간의 느낌을 기억해요.
사진을 기록으로 남기던 그 시간에
듣던 소리와 온도는 잘 떠오르지 않지만,
무엇인가 그 시간
내가 기록으로 남기는 그 장면에
내가 마음을 뒀던 무엇인가가
아련하게 마음에서 다시 나오지요.
꼭 말로 해야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가끔은,
소리가 아니어도,
명확한 표현이 아니어도.
그냥 그렇게 마음에 느껴지는 게 있어요.
가끔은
그냥 그것을 느끼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