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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class Jul 22. 2024

거위 배를 가르다.

매일 쓰기 128일차

조직 경영에 대한 책을 봤어요.

모든 조직은 A급 인재를 선발하기 바라지만, 실상은 C급 인재를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지요. 흥미로운 부분은 C급 인재를 어떻게 A급 인재와 같이 일 하게 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었어요.


조직 문화를 살펴보면 숨겨진 인재들이 많이 있어요.

자신의 일에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 말이에요.. 그렇지만, 대부분의 조직은 그러한 인재를 잘 알아보지 못하지요.

아니, 어쩌면 상당수의 조직은 우수한 인재라는 이유로 더욱 이용하고, 결국에는 열정이 불타서 사라지게 만드는 문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봤어요.


조직의 입장에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요.

이해관계로 모인 조직에서 어떤 일을 진행하는 모든 순간의 과정에서 최대의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신중해야 하고,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해요.

때문에 조직을 운영하는 관점에서 어떤 일을 진행하려면 가장 신뢰가 있는 사람을 그 자리에 둬야 하겠지요.


보통, 그런 신뢰가 있는 사람은 조직에 대한 애착이 높거나, 자신의 일에 자부심이 있고 책임감이 있는 사람인 경우가 많아요.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의 이야기와 비슷하겠지만, 자신의 일을 사랑하기에 신뢰를 얻은 경우도 있고, 신뢰를 우선시하여 행동하다 보니 자신의 일을 사랑하게 된 것일 수도 있지만 말이에요.


무엇이 먼저인지 몰라도 조직의 입장에서는 그런 사람이 필요하겠지요.


문제는, 조직이 계속해서 중요한 일을 하게 될 경우예요.

조직이 당면하는 상당 부분이 중요한 일이고, 그런 중요한 일에 소수의 책임감 있는 사람, 신뢰가 가는 사람을 배치하게 되겠지요. 자연스럽게도 일은 그들에게 몰리게 됩니다. 물론, 처음에는 잘하겠지요. 주어진 책임과 의무에 충실하며, 신뢰를 중요시하고 조직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문제는, 그런 수고의 시간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조금씩 에너지가 사라지게 됩니다. 아무도 모르게 주저앉게 되지요.


훌륭한 리더는 그런 시기를 잘 인지할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조직원을 잘 다스릴 수 있지요.

자신의 호흡에 맞춰서 조직원을 끌고 가는 존재가 아니라, 상대의 호흡에 신경 쓰면서 그의 호흡이 평정을 찾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싶어요.


그렇지만, 부족한 리더는 여전히 자신의 호흡에 상대가 따라오기를 바라지요. 그에 대한 당연한 인식을 가지고 그가 변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하지요. 부족한 리더는 상대의 호흡은 전혀 신경 쓰지 않으니까요.


조직을 위해 일하던 사람은, 자신의 내부적인 에너지가 고갈된 시기에, 이런 대우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요. 당연하겠지만, 회의감이 들겠지요. 누군가의 회의감에도 불구하고 관성에 의해서 하던 일을 계속하겠지요. 그렇지만 누군가는 관성에도 불구하고 삶의 마찰력을 발휘할 수도 있어요. 어쩌면 중요한 존재에 대한 인식, 또는 미래에 대한 불안, 윤리적 책임감 등등 다양한 요소가 자신의 마찰력이 될 수 있어요.


하나 확실한 것은 관성이 작용하든, 그렇지 않든, 일에 있어서 이전과 같은 가속은 어려울 수 있지요.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대한 이야기를 알 거예요.


우리 주변에는 많은 거위들이 있어요.

어쩌면, 내 마음을 들어주는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어쩌면 쉽게 이야기 나누는 직장 동료가 될 수도 있고, 어쩌면, 편하게 마음을 털어놓는 누군가가 될 수도 있어요.


여러 관점에 있어서 내게 유익을 주는 그들이 우리 삶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다고 할 수 있지요.


동화에서 농부는 황금에 대한 탐욕으로 거위의 배를 가르고, 결국 영원히 아무런 황금알을 얻지 못한다고 이야기가 마무리되지요.


어린 시절에는 그저 이야기의 신비로움만 생각했는데, 어른이 되고는 내 주변의 많은 관계가 제겐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저는 그 거위의 배를 가르지 않아야 한다는, 가능하면 상처도 주지 않고 더 좋은 황금알을 내게 줄 수 있도록 잘 보살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제게 황금알을 주는 그 거위는

가족이기도 하고, 친구이기도 하며, 직장 생활에서 만났던 동료이기도 하고, 교직 생활에서 만난 제자들이기도 하면서 선배들이기도 하지요.


우리는 우리에게 황금알을 주는 거위에게 얼마나 관심과 사랑을 주고 있나요?


직장생활에서 내게 긍정적 영향을 주는 관계, 사회생활에서 내게 힘을 주는 관계, 내 삶에서 좋은 방향을 알려주는 관계.


그런 다양한 통로를 잘 다스리는 지혜 있는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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