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기 130일차
무심결에 SNS를 보는데,
오래전 제자가 창업을 했다는 이야기를 봤습니다.
10년 전에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아이가,
어느덧 성인이 되어 자신의 사업을 한다고 합니다.
10년 전에 그 아이를 가르쳤던 저도
아이가 사업을 한다는 시점에 사업자 등록을 했지요.
상황이 투영되어 그럴까요?
10년이 넘는 시간을 연락하지 못했지만,
아이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마침, 인근에 지날 일이 있었고,
무작정 그곳을 향했습니다.
주차를 하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못 알아보면 어떻게 하지?
너무 오랜 시간 바뀐 내 모습을 알아볼까?
문을 열고, 매장에 들어갔습니다.
한쪽에서 물건을 정리하던 익숙한 얼굴을 마주했지요.
짧은 시간,
제 눈에는
10년 전 그 교실 앞에서 눈을 반짝이며 수업을 듣던 아이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그 모습에 어딘가 시간의 흐름이 잘 못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습관적 인사를 나누고 잠시 멍하게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잠시의 시간과 동시에
아이는 저를 알아봤습니다.
“어? 선생님?!!”
짧은 시간 근황을 나누고,
짧은 시간 안부를 나누고,
그곳을 나왔습니다.
다음에 또 보자는 인사를 하며 문을 닫다가,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고마워, 기억해 줘서.”
그 말이 하고 싶더라고요.
10년이 더 지났지만,
1주일에 3번 보는 교과 담당이었지만,
그럼에도 저는 그 아이의 기억 속에 존재했군요.
그만큼 무의미한 존재는 아니었나 봅니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다시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다짐을 합니다.
누군가의 기억에 살아있는 저는,
그 기억의 흔적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어야 하니까요.
누군가의 기억에 존재하는 우리는
건강하게 살아야 하고,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그런 의무가 있어요.
그래야 너의 안부를 물어보는 내가 민망하지 않고,
나의 안부를 물어보는 네가 민망하지 않으니까요.
나의 욕심을 위해서 잘 살아야 하는 게 아닙니다.
아니, 그런 이유도 어느 정도는 있어야지요.
그렇지만, 어쩌면,
나는 너를 위해서 잘 되어야 하고,
너는 나를 위해서 잘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다시 우리 만나는 날,
서로가 서로에게 민망하지 않으니까요.
서로가 서로에게 기쁜 이야기만 나눌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