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자신의 말을 하는 사람이 있고,
타인의 말을 마치 자신의 말처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교직에 있으면서, 수업을 준비하면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어떻게든 오늘 수업의 내용이 내게 설득력이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논리적으로 잘 구성된 전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때문에, 같은 교과서로 수업을 하더라도 제 논리에 맞게 구성을 바꿨으며, 같은 방과 후 문제집을 풀어도, 제 논리에 맞게 풀이 순서에 변형을 줬으며, 때문에 같은 문제를 풀이하더라도, 제가 설명했던 논리에 맞게 풀이 과정을 전개했지요.
무엇보다, 수학을 잘 가르치는 게 먼저가 아니라 수학이라는 학문이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설득이 필요했어요.
대학 진학을 위한 도구로 수학이 필요한 게 아니라, 우리 삶을 더욱 좋게 하기 위해서 수학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필요했거든요. 그런 설득이 저 스스로를 납득시켜야 제 말을 듣는 아이들도 납득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했으니까요.
글쎄요. 그게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교육이라는 건, 자판기처럼 어떤 원인을 제공해서 즉각적으로 결과가 나오는 그런 구조는 아니니까 말이지요.
아마, 10년, 또는 20년이 지나서 그 아이들이 수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조금의 변화된 시각이 만들어진다면 제 수업은 어느 정도 성공했었다고 볼 수 있겠지요.
타인을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나 또한 그 논리에 설득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때는 단순히 수업을 위해서였지만, 사업을 하게 된 지금은 그것이 어디서든 비중 있는 요소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판매를 한다면, 내가 판매하는 상품이 필요한 이유와 당위성에 나 또한 설득이 되어야 할 것이고,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소비자가 비용을 지불하고 그 서비스를 사용하고 싶게 할 수 있는 설득이 필요하며, 어떤 일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그 일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비전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설득이 필요하겠지요.
그런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선생님들 사이에는 그렇게 평이 좋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이상하게 아이들에게는 평이 좋더라고요. 어느 날 모르는 척 아이들에게 그 선생님에 대하여 물어보니 아이들이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그 선생님은 자신이 가르치는 과목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고요. 그분이 그렇게 좋아하는 걸 듣다 보면 나 또한 그 과목에 흥미가 생기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맞습니다.
그 선생님은 자신이 가르치는 교과의 필요와 당위에 설득이 된 것이고, 때문에 아이들도 그 논리에 빠지게 되는 것이지요. (그 선생님이 제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사건의 흐름에, 인물의 변화에, 보는 사람이 설득이 되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영화가 되지만, 개연성을 찾기 힘든 이야기라면 사람들은 이야기에 집중하기 어렵게 되지요.
올림픽을 중계하는 아나운서는 경기에 나온 선수의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사람들이 그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고, 선수의 경기에 감정을 이입하고, 응원하며, 기쁨과 슬픔을 함께 느끼게 함으로 사람들의 호응을 유도하기도 합니다.
논리가 필요하지요.
그 말을 하는 사람까지도 설득이 되는 그런 논리 말이에요. 인과성이 있는, 개연성이 있는 그런 논리적인 이야기.
재미있는 건, 논리는 너무 딱딱하면 부러지고, 너무 부드러우면 방향을 잡지 못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너무 딱딱하면 지루해서 듣지 못하고, 너무 부드러우면 흐름의 핵심이 무엇인지 청중이 이해하지 못한다고 볼 수 있지요.
때문에 유연한 논리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러니는, 유연함은 강함에서 만들어진다는 것 같습니다.
강한 철에 어느 정도의 유연함을 넣어서 지진에도 무너지지 않는 건물을 만드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런 논리를 취하는 게 결코 쉬운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긴, 그게 어려우니까 귀한 능력이 아닐까요?
하나 확실한 것은,
그것이 매우 어렵지만,
계속 생각 속에만 머문다면 더 복잡해지고, 더 표현하기 어려운 게 된다는 생각입니다.
언어로 표현하고, 글로 표현하면서 추상적인 논리는 구조와 흐름을 갖게 되고, 군더더기는 사라지고, 맹점은 발견하게 되면서 강한 논리가 되겠지요.
그렇게 누군가를 설득하고, 자신의 편을 만들고,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가는 연습을 하다가 보면 조금씩 자신만의 자리가 만들어지고, 그 자리가 커지면서 자유도 또한 높아진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때문에 저는 오늘도 제 일에 대한,
제 삶과 방향에 대한 논리를 만들어보려 합니다.
저의 영역을 만들고, 제 사람을 만들고,
제가 갈 길을 조금은 더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 말이지요.
자신의 논리를 만들어갑시다.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말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타인의 사고로 표현하는 인간이 아닌, 자신의 생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여 자신의 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