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작아도 모이면 힘이 된다.

아무런 존재가 아닌 것은 없다.

by Inclass

제조업은 생각보다 고독한 부분이 있다.

사람보다는 기계를 상대하고, 기계를 상대하는 과정에서 가장 기본이자 중요한 부분은 청소이기 때문이다.

기계의 소음 속에서, 결코 조용하지 않은 청소기와, 강한 힘으로 먼지를 불어내는 장비를 사용하다가 보면 쉽게 청력이 둔해지고 가끔은 이명을 느끼기까지 하기에, 차라리 그보다는 소음 차단 기능이 있는 이어폰으로 라디오를 들으면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던 중 어떤 가수의 경험담을 들었다.

오랜 연습생 기간 동안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지만, 자신의 역량을 키우기에 집중하면서 불안을 이겨내고 인내하는 시간이 있었으며, 때문에 가수가 되고 나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갈 수 있었다는 것.

가수가 된 것도 좋지만, 과거 불안 가운데에서 스스로에게 집중하지 않았다면 아마 자신의 가수 인생은 누구보다 짧은 시간이 아니었을까 하는 내용이었다.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어서 대학에 진학했고, 어디서든 가르칠 수 있으면 된다는 생각에, 사범대 수학교육과가 아닌 순수수학을 전공하게 되었다.

교직 이수를 해야지만 학교에 갈 수 있음을 알게 된 것은 너무 늦은 시기였다.

그렇지만, 최종 목표는 가르치는 일이었기 때문에 교직 이수를 못했다고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유명한 강사들의 강의를 찾아 들으면서 강의를 잘하기 위한 기술을 관찰했고, 교육의 방향에 대한 고민을 했었으며, 소통하기 위한 기술을 고민했다.

조금 늦게 대학원 진학을 통해서 교직 이수가 가능함을 알게 되었고, 학부를 모두 이수하고 대학원에 들어갔다.

학부 졸업과 동시에 교사가 된 사람과 비교해서, 대학원 졸업 후에 교사가 된 나는 남들보다는 조금 늦었다.

그렇지만, 그동안 쌓아둔 역량이 교직에서 충분히 활용되었다.

수업의 기술, 업무 처리 방법, 프로그램 역량 등이 말이다.


돌아가는 길이 결코 돌아가는 길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나와서, 지금은 사업을 하고 있다.

제조업을 하고 있고, 내가 만든 상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고객들에게 좋은 평을 받고 있고, 덕분에 입소문으로 구매하는 사람들이 이어지고 있으며, 엄청나게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씩 성장하고 발전하는 기분이다.


신기한 건.

매일매일, 소량의 주문이 들어오고, 발송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 말에 정산을 하면 생각보다 많은 수익이 발생한 것을 알게 된다.

소량의 주문으로 생산량을 감당할 수 있을까 염려되기도 하고, 소량의 주문으로 재고가 처리될 수 있을까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거래량을 확인하면 어느 정도 주문량이 생산량을 감당하고 있으며, 창고의 재고는 쌓이지 않으며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어느덧 재고 입출 관리 장부는 책 한 권이 되어가고 있고, 어느덧 거래처에 지불하는 매입 비용의 연간 총액은 그래도 허접한 정도는 아닌 누적액을 만들었다.


온라인 스토어에 올라온 상품의 상세 페이지와 물품의 목록도 어느덧 조금은 “전문적인”느낌이 느껴지고, 물품을 구매했던 고객들의 리뷰도 조금은 신뢰를 얻을 수 있을 수치까지 이르게 되었다.


하루하루.

조금씩 쌓이던 것이 이제는 생각보다 큰 덩어리가 되었다.


제조업을 처음 시작하며, 부모님께서 일 하는 방식을 봤다.

매일매일.

아침에 기계를 살펴보고, 기계에서 나온 결과물을 살펴보며, 사이즈와 조임 정도, 상품가치가 없는 미흡한 부분이 있는지 여부를 꼼꼼하게 확인하고, 그런 반복적인 행동이 몇 시간 간격으로 계속된다.

아니, 거의 하루를 그렇게 보낸다.

식사 전에 기계에서 나온 결과물을 확인하고, 식사 후에 기계에서 나온 결과물을 확인하며, 외출 전에 확인하고, 외출 후에 확인한다.


처음 제조업을 하면서는 그런 단조로움이 너무 싫었다.

기계가 하는 건데, 뭐가 바뀐다고.

계속 결과물이 나오는데 중간중간 조금 부족함이 있으면 어떻다고.

전문가의 눈에 겨우 보이는 작은 미흡함이 과연 일반인에게 보이기나 할까? 그렇게까지 숭고하게 일해야 하는가? 고작 그거 하나에 얼마라고. 라면서 말이다.


그런데.

가족이 만든 상품을 판매하면서 그 이유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


양말이 좋아요. 가성비 좋아요. 품질이 진짜 최고예요. 덕분에 잦은 통증이 사라졌어요. 등등.


직접 유통을 하면서, 직접 고객의 소리를 듣기 시작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상품에 대한 칭찬은 가족의 수고에 대한 인정으로 느껴졌으며, 그런 칭찬과 인정이 누적되면서 내가 만드는 상품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자주, 잠깐씩, 꼼꼼하게 결과물을 살피던 행위의 결과가 온전히 고객에게 전달되었고, 그 피드백을 받게 된 것이다.


작은 것이 모여서 큰 힘이 되어 돌아온다고 해야 할까?


교직에 있으면서, 아이들을 상담하면서 왜 이렇게 공부를 힘들어할까?라는 생각을 해 봤다.

단순히,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나 또한 그러했기 때문이고, 언젠가 내 아이가 공부로 인해서 힘들어한다면 적어도 어떤 이유라도 말해 줬으면 하는 생각에 많은 고민을 했다.


최근 깨닫게 된 것은.

공부는. 결코 성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시간 학습 내용에 대해서 마무리 평가를 하면 정답을 쉽게 찾는 경향이 있지만, 대부분의 공부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집중해서 1시간을 공부하고 기출문제를 풀어도 답답함은 잘 해결되지 않고,

집중해서 반나절을 공부하고 기출문제를 풀어도 뭔가 시원스럽게 역량이 향상되었다는 느낌을 얻기도 힘들다.

집중해서 하루를 공부하지만, 막상 책상에서 일어날 시간에는 해야 할 것은 많고 투자한 시간은 많은데, 막상 공부한 내용은 목표에 미치지 못한다는 절망감에 집에 돌아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노력과 투자에 비교해서 얻는 게 너무 적은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런 중압감 때문에 힘들게 되고, 안다고 생각한 내용을 문제를 풀어도 틀리기 때문에 스스로에 대한 불신이 쌓이면서 더 힘들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면, 그런 답답함은 성인이 되어서도 우리를 따라다니는데 말이다.


열심히 일 해서 월급을 받았지만, 생활비, 여가비, 취미, 교통, 등등으로 돈이 빠지면 모이는 건 얼마 없다.

미래를 위해서 목돈을 모으고 싶으나, 모아야 할 금액은 많고, 모이는 돈은 적다.


열심히 일 해서 진급을 해야 하지만, 어떤 일이 발목 잡고, 어떤 놈이 다른 일을 주고, 이 일 저 일 하다가 보면 결국 내 일에 대해서 성과는 뜻처럼 나오지 않고, 진급은 나와는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매출을 올려서 사업체를 더 키우고 싶지만, 무엇을 하려면 투자비가 더 들어가고, 이렇게 빠지고 저렇게 빠지면 성장은커녕, 지금을 유지하는 것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이어트 목적으로 식단도 조절하고, 운동도 그렇게 하지만 어제의 거울 속 내 모습과 오늘의 모습은 똑같게 보이고 심지어 체중계의 눈금은 더 올라가는 경우도 많다.


피부에 좋다는 영양분도 바르고, 팩도 하고, 물도 많이 마시면서 잠도 잘 자고 일어났다고 생각하는데, 여전히 아침에는 몸이 뻑적지근하고, 거울 속 내 모습에는 다크서클이 만연하다.


공부뿐만이 아니라 생각보다 많은 것이.

내가 기대하고 꿈꾸는 속도보다 느리게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그것들이 누적되고 누적되어야 무엇인가가 된다는 것이다.


그것들이 누적되고 누적되어,

평범한 높이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운명을 감동시킬 수 있을 만큼 놀라운 정도로 쌓인다면

변화는 분명 기대 이상의 결과로 연결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방직을 하다 보니 쉼 없이 면으로 된 실의 미세한 먼지가 기계에 붙는다.

사실, 약간의 노안이 있는 사람에게는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먼지이다.

그렇지만, 그런 먼지가 쌓이고, 쌓이고, 또 쌓이다 보면, 고작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작은 면사의 조각들이 쌓여서 특정한 위치에 누적되다 보면, 그 작은 면사의 조각들은 강철로 만든 기계의 부속을 파손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작은 것이 모여서 큰 것이 된다.


때문에.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것이다.

오늘 내 삶이 너무도 미비하게 느껴진다 하여도.

오늘 내가 보낸 하루가 너무도 의미 없는 하루로 느껴진다 하여도

오늘 내가 했던 노력이 너무도 하찮다고 느껴지더라도.

그것이 쌓이는 순간.

그것은 내 운명의 틀을 흔들만한 힘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이 밤.

결코 스스로를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잘했다고.

수고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하며 하루를 마무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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