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게 잘 되지 않는다.
글을 쓴다는 게 잘 되지 않는다.
벌써 몇 번째인지, 컴퓨터에 앉아서 그냥 모니터만 보고, 내가 어떤 글을 쓰고 있었는지 살펴보다가, 시간이 지나서 컴퓨터를 끄기 일쑤이다.
반복된 하루를 살아간다.
어떤 삶이라도 반복되는 주기의 차이는 있겠지만 내 경우는 정말 반복되는 하루하루이다. 제조업이라는 영역이 그러하다. 동일한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해야 한다. 가능하면 최고의 품질, 적어도 이전과 비슷한 품질, 생산했던 결과물과 생산할 결과물의 완성도가 고르게 나오는 품질의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제조업이다.
반복된 일의 과정에서는 분명 많은 생각이 일어난다. 마음으로는 이미 수십 번의 글을 쓰곤 한다.
작동하는 기계를 보면서 지나간 삶이 떠오르고, 청소를 하거나 결과물을 살펴보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삶의 어떤 부분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그런 느낌을 가지고 저녁에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하지만, 막상 키보드를 마주하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분명, 그 순간의 기억의 흔적을 메모했지만 그런 흔적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스스로가 깨닫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일을 하면서 듣는 가사를 들으며 삶의 방향을 생각하게 되고, TTS롤 듣는 책의 내용에 내 삶을 투영하면서 나만의 글이 만들어지게 되고, 그것을 대략적으로 메모를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다시 읽어보면 무슨 의도의 생각을 했었는지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주어진 단서를 통해서 생각이 어떤 방향에서 시작하여 어떤 방향으로 움직였는지, 사건 현장을 분석하는 감식반처럼 당시 내 생각이 저질러둔 흔적을 내가 찾다가 시간을 모두 보내게 된다.
학교에 있으면서도 바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지금과의 바쁨과는 다르지만 말이다.
아침에 출근하면 여유가 아닌, 하루를 버티기 위해서 커피를 마시고 저녁이 되면 내일을 이겨내기 위해서 잠들곤 했었다. 그렇게 하루를 이겨내곤 했었다.
역시나 바쁘게 하루를 시작하던 중 누군가가 카카오톡으로 네 컷 만화를 보내왔었다. 지금은 지웠지만, 대략적인 내용은 이러했다.
사장이 회사를 관리하는 법. 일단, 미칠 듯이 일을 시킨다. 책임감을 부여하고 그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하게 엄청난 일을 시키면서 다른 곳으로 한 눈을 팔 여유를 주지 말아야 한다. 그러다가 지치고 포기하려 할 즈음에 살포시 휴가나 상여금 같은 포상을 준다. 그제야 조직원은 일은 힘들어도 이런 여유와 만족을 위해서 버티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숨을 돌리는 시기는 결코 과하지 말아야 한다. 자칫 여유를 준다면 다른 더 좋은 곳을 한 눈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딱, 포기하려는 마음이 사라질 정도, 만족이 정점에서 살짝 내려온 시점에 다시금 일을 부여해야 한다. 그렇게 한동안만 잘 잡아두면, 혈기 왕성하던 시기가 지나고 자신의 일과 환경에 익숙한 시기가 온다면 나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게 될 것이다. 변화가 두려운 시기가 오기 때문이다.
사장이, 관리자가 조직을 위해서 인적 자원을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서 표현한 내용이었다.
그 만화를 보면서 생각했다. 이렇게 바쁜 삶을 보내다가 변화가 익숙하지 않은 시기에 이곳에서 일할 기회가 사라진다면 그때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때, 최대한 빠른 시기에 이곳을 벗어나서 다른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문제는 다른 일, 제조업이라는 분야를 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내 일을 하는 것과 동시에 내일에 대한 준비도 해야 하지만, 어느 정도의 안정적이라는 상황을 핑계로 이렇게 살아도 괜찮다는 타협이 자주 고개를 들고 있다는 것이 겁이 난다.
어쩌면 한동안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안정적인 상황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그럼에도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감, 그리고 짧은 시간에 무엇인가 성과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조급함이 서로서로 균형을 잃게 되어서 나타나는 상황이 아닐까 생각한다.
글 쓰기를 통해서 무게를 잡아보려 했는데, 잘 되지 않는다.
언제쯤 그게 될는지. 다른 한 편으로 스스로를 위로하자면, 삶의 무게 중심 잡기가 잘 되지 않으니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요즈음, 흥이 넘치는 아이 때문에 지코의 '아무거나'를 종종 듣게 된다.
아무거나.
아무거나.
그래서 그냥 써 봤다. 아무거나.
생각의 흐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