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멋진 아침이 완성될까?

아직도 집 안에 그을음의 향기가 가득하다.

by Inclass

라비니야 작가의 <인생은 애매해도 빵은 맛있으니까>를 읽었다.

나 또한 빵을 좋아하는데, 책을 읽으면서 잠시 언급된 핫케이크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어떻게든 핫케이크를 만들어 먹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금요일, 집에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서 핫케이크 가루를 들고 집에 왔다.

토요일 아침 조금 일찍 일어나서 전날 인터넷에서 봤던 핫케이크 맛나게 만들기 레시피를 모두 적용해서 아침을 준비했다.

이제 여덟 살 아이는 태어나서 처음 먹은 핫케이크였으며 처음 구웠던 핫케이크와 양 조절에 실패한 메이플 시럽 범벅은 신세계였다.


그때부터 토요일 아침에는 핫케이크를 굽게 되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오늘이 4번째였다.


첫 번째는 어떻게 어떻게 성공했으나, 두 번째는 반죽이 너무 묽어서 실패했고, 세 번째는 불 조절에 실패해서 검둥이 핫케이크가 나왔다.


그리고 지난밤.

이번 토요일은 꼭 성공하겠다고, 그리고 숨겨진 아빠의 요리실력을 보이겠다며 컵케이크 레시피부터 다시금 분석을 시작했다.


100ml가 조금 넘는 우유에 핫케이크 가루를 비우고, 계란 하나를 넣어서 반죽을 잘 풀어준다. 너무 무르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된 느낌도 아니게 핫케이크 가루를 풀어주고, 종이컵에 올리브유를 붓으로 코팅하듯 발라준다.

준비된 핫케이크 반죽을 종이컵에 1/3 정도 비워주고, 계란 하나를 풀어서 조금을 한 꼬집 넣어 간을 맞춘다.

계란 노른자는 전라레인지에 돌리면 터질 수 있으니 꼭 노른자를 터트리고 전자레인지에 넣어야 한다.

컵케이크 3개 기준으로 15분이라는 포스팅을 봤다. 그리고 그에 맞춰 타이머를 작동하고 남은 핫케이크 반죽을 이용해서 신중하게 프라이팬의 온도를 조절하며 핫케이크를 구웠다. 이번에는 성공하겠다는 일념으로.


반죽이 적절해서 핫케이크의 두께도 적절하며 색깔도 아름다운 갈색이 나오고 있었다.

핫케이크가 어느 정도 완성이 될 무렵 원두를 분쇄하고, 물의 온도를 맞추고 커피를 드립 할 준비를 했다.

여기까지 완벽했다.


30초의 원두 뜸 들이기와 1분 30초의 추출이 완료되면 마지막 핫케이크가 프라이팬에서 노릇한 자태를 자랑할 것이고, 그와 동시에 전자레인지의 타이머가 완료되면서 포슬한 컵케이크도 완성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주전자에서 끓는 물을 드립포트로 옮기려는데 어디선가 탄 내음이 올라왔다. 분명, 프라이팬의 핫케이크는 아름다운 색상을 자랑하고 있는데, 오늘따라 분쇄한 원두의 향이 다르게 느껴지는 건가 라는 생각을 하던 찰나에 전자레인지가 의심스럽게 느껴졌다.


역시나.


전자레인지에는 미피가 그려진 알록달록한 3개의 종이컵이 이제 막 불이 붙을 것 같은 위엄을 자랑하며 전자레인지의 뿌연 연기 속에 숨어 있는 것이 아닌가?


순식간에 집에는 연기가 자욱해졌다. 컵케이크는 검은색 돌처럼 굳어 버렸고 말이다.


밤이 되었다.

아직도 집에는 아침 전쟁의 기운이 남아있다.

방에도, 거실에도, 집안 구석구석에 탄 내음이 가득하다.

하루 종일 창문을 열어두고 공기청정기를 가동했지만, 집 안의 모든 탄 내음을 지우기는 힘든 것 같다.


그래도 다음 주에 다시 도전하려 한다.

조금씩 조금씩 하다가 보면 언젠가는 좋아지지 않을까?

언젠가는, 아침에 좋은 음악을 들으면서, 향긋한 커피와 부드러운 핫케이크로 행복한 아침을 준비해 봐야겠다.

그런 모습이 하나의 추억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런 추억이 아이가 기억하는 하나의 구심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야 언젠가 아이가 부모의 중력에서 벗어나는 날이 오더라도, 어린 시절의 행복한 추억이 하나의 구심점이 되어 조금은 빨리 안정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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