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기 12일차
현장에서 강의를 하면서 메타버스가 우리 삶에 얼마나 가까운지,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마주할 가능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학생들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을 느낍니다.
메타버스, 인공지능과 같이 IT분야의 중요도를 언급하는 언론과 뉴스는 많은데, 정작 학생들은 여전히 과거 우리가 공부하던 교과들을 공부하고, 대학 진학을 위해서 수능 시험을 준비하며 좋은 등급을 차지하기 위해서 교과서와 문제집, 학원에서의 강의를 마주해야 하거든요.
시대는 빨리 변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정작 미래를 준비하는 아이들이 속한 세상은 여전히 과거의 틀에 잡혀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게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급변하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오히려 더욱 불안감을 더하는 이야기로 느껴지게 되지요.
알쓸별잡인가요? 아무튼 관련 시즌 중에서 김상욱 교수님에게 누군가 미래에 대해서 질문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변화하는 미래를 위해서 무엇을 준비하는 게 좋을는지에 대해서 누군가 김상욱 교수님에게 질문을 했지요. 답변에 너무 공감이 가서 자료를 찾다 보니 2020 대전 사이언스 페스티벌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셨더라고요.
메타버스가 정말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인지 사실 확신은 어렵습니다. 여러 가능성과 흐름을 본다면 아마 우리가 경험할 미래에 있어서 정말 동떨어진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그렇지만 생각해 보면 과거에는 마치 혁명인 것 같았지만 어느 순간 사라진 기술도 많이 있습니다.
이제는 찾기 힘든 MP3플레이어, 정말 소수의 사람들만 알고 있는 MD플레이어도 있고요.
과거 소니에서는 스마트폰과 연계해서 사용 가능한 렌즈형 카메라 QX10, QX100과 같은 기기도 있었지요.
구글이나 LG에서는 모듈형 스마트폰을 만들어서 초기 구입 당시의 스펙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기보다 모듈을 더해가면서 업그레이드 형으로 만드는 스마트폰을 출시해서 한때 주목받았지만 그 또한 어느 순간 시대의 흐름 뒤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생각보다 많은 주목받은 기술이 역사의 어느 순간으로 사라지게 되는 경우도 있었고, 사람들이 예상하던 어두운 미래가 그저 웃고 지나가는 옛이야기가 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Y2K처럼 말이지요.
지금 이야기하는 주제가 메타버스여서 그렇지, 사실 메타버스 또한 이러한 분류 중 하나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메타버스라는 주제를 간과하지는 말아야겠지요.
저는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쳤습니다. 학생들에게 말이지요.
수학을 가르친다고 하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그게 어디에 사용되느냐는 질문이라고 느껴집니다. 학생들, 부모님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지요.
그럼, 반대로 제가 질문을 해 보겠습니다.
여기, 미래를 준비하는 아이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 아이에게 무조건 의사가 되는 방법, 의료 기술과 의료 지식을 가르치는 방법이 아이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 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아이가 어떤 상황을 마주하더라고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빨리 습득하고 변화에 능동적이로 대처하여 환경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힘을 소유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게 좋을까요?
제 경우라면 후자를 선택하고 싶습니다.
의사라는 직업이 지금의 시대에는 좋은 직업이고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전문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지금 우리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촉망받는 좋은 직업이라는 확신은 어려울 수도 있으니까요. (현시대의 흐름에 따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과를 주로 상대하다 보니 의사를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학생부 종합전형이라는 입시 전형이 있습니다. 과거 수능 점수만으로 대학을 가던 입시 방법이 아닌, 학생의 성장 과정을 보자는 취지에서 만든 전형이지요.
많은 학생들이 의대 준비를 위해서 1학년때부터 의사와 관련한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었습니다. 병원 봉사, 의학 관련 도서를 읽고, 의사와 관련한 동아리 활동을 하고, 등등의 방법으로 말이지요. 그렇게 1학년부터 "나는 의사가 되기 위해서 이런 이런 활동을 하고 고민을 한다."는 형식으로 생활기록부를 채워 갑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하지요. 학년이 올라가면서 조금씩 성적이라는 현실적인 벽을 마주하게 됩니다. 게다가 문득 의사라는 직업은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3학년이 되어서 또는 2학년 2학기가 되어서 그런 사실을 인지하게 됩니다.
엄청난 문제라고 할 수 있지요. 고등학교 1학년, 2학년 1학기, 또는 2학년까지의 생활기록부 여기저기에 노골적으로 "의사가 되고 싶어요."라고 표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의사가 아니라 다른 무엇이 되고 싶다고 이야기해야 하니까요. 그 이유가 성적 때문이라고 말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하고, 자신의 자아실현에 대한 이유를 말하기에는 너무 구차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그렇게 이야기했어요. 노골적으로 "의사가 하고 싶어요."라는 말을 표현하지 말고, 의사에게 필요한 역량에 대해서 생각해 보라고 말이지요. 복잡하고 힘든 장시간의 수술에서 버틸 수 있는 집중력과 체력을, 여러 환자 각각의 사례에 대해서 연구하고 조사하며 분석할 수 있는 사고력을, 어떤 고난도의 치료에도 집중할 수 있는 지구력과 끈기와 같은 영역 말이지요.
그렇게 본질적인 영역에 집중하면 오히려 학년이 올라가면서 자신의 진로가 구체화되는 순간, 만약 그것이 자신이 1, 2학년에서 생각했던 의사가 아니어도 "역량"으로 표현된 생활 기록부는 충분히 자신이 생각하는 분야에서 강점으로 구체화되어 표현할 수 있다고 말이지요.
학교를 나와서 제조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제가 메타버스에 대해서 강의를 할 수 있는 것은 과거 교직에 있으면서 아이들과 했던 다양한 활동에 대한 기록이 경력이 되어서 변화하는 미래에 대한 저의 관점을 이야기할 기회가 많이 생기는 것이지요.
뜬금없이 제조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성인이 되고 인생의 90% 이상을 수학만 했던 제가 제조업을 하면서 기계를 고치고, 제품 생산을 위해서 기계를 설정하는 방법을 익히는데 필요했던 역량은 수학에서 함수적 사고였습니다. 물론, 물리적인 기계의 작동 원리도 알아야 하지만, 함수에서 이야기하는 일대일 대응에 대한 개념과 기계의 물리적 작동 과정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해였지요.
결국, 세밀하고 부분적으로 나누어진 단계의 연속된 작용이 기계의 작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고, 그것이 결과물을 생산할 수 있게 한다고 볼 수 있었지요.
시대가 바뀌어도 학교 교육은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물론, 교육과정에서 부분적으로 순서를 바꾸거나 내용 전달 방법을 바꾸거나, 단원에서 언급하는 이야기의 비중을 바꾸는 경우는 있지만 전반적인 틀은 크게 바뀌지 않지요. 그것이 바로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메타버스, 인공지능의 발전은 그런 본질이 다른 형태로 표현되고, 본질을 바탕으로 추가적인 프로세스가 더해져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변화하는 미래, 어쩌면 예측하기 힘든 미래니까 그냥 공부해라는 의도로 하는 말이 아닙니다.
본질을 보자는 이야기입니다.
학교 공부가 본질적으로 어떤 역량을 만들기 위해서 구성된 것이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시대의 변화에 어떤 본질적 요소가 숨겨져 있는지 말이지요. 그래야 변화하는 현상에서 표면적인 것만 보면서 그것에 억지로 끌려가는 우리의 삶이 아니라 변화 속에서 본질을 보고 능동적으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