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정적입니다.

매일 쓰기 20일차

by Inclass

부모님의 일을 돕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본인이 하던 일을 계속하고 싶어 하는 욕심이 있는 듯합니다.


제 일을 하고 있었고, 다른 제 일을 하려고 할 때, 부모님은 그들이 하던 일이 힘들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 일을 돕겠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자식이니까요. 그분들이 지금까지 하던 일로 우리 가족이 살아왔으니까요. 그래서 그 일을 돕겠다고 했습니다.

물론, 제 전공은 그게 아니지요. 제가 잘하는 것도 그게 아닙니다.

그렇지만, 자신감은 있었어요. 적어도 어디 가서 배운 사람이라고, 누구보다 떨어지지는 않는다고 자부하는 게 있었으니까요. 글쎄요. 그게 교만 인지. 그래도 저 스스로는 자신감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님과 함께 일을 하면서 제가 할 수 있는 많은 것이 보였어요.

문제는, 그분들의 걱정과 염려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가까지 하지 못하게 했고, 변화에 대한 두려움은 그분들이 하던 것을 그대로 제가 하도록 강요하게 되었지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할 때, 누군가 막았다면, 저는 다른 길을 통해서 그 일을 했었어요. 제가 힘들어도, 조금 수고스러워도 사람들에게 유익을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된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가족은 그게 아니더라고요. 자식에게 부모는 어쩌면 세상의 전부가 아닐까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려 하면, 부모는 그걸 막아요.

세상은 변했지만, 여전히 그들은 그들의 세상 속에 살고 있었고, 그들의 세상 속에는 그들과 같이 사고하는 사람들이 살았으니까요. 그들의 세상 밖에서 제가 살아갈 세상을 보고 있었던 제게는 사방이 꽉 막혀있는 공간에 있는 기분이 들었어요.


함께 일을 하는 환경을 개선하려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그걸 모르는 부모의 눈에는 제가 그냥 헛되이 시간만 사용하는 사람으로 보이겠지요. 어쩌다가 그게 잘 되면 운이 좋았던 거고요. 부모라는 존재가 자녀의 한계를 정하고, 자녀는 그 한계보다 크게 성장할 수 있어도, 부모가 정해진 한계로 누르다 보면 결국 자녀는 그 한계 안에서 머물게 되는 것 같아요.


자취하던 시절 우연히 새벽에 어떤 강연을 봤어요. 누구인지도 모르겠고, 엄청 큰 강연장에, 수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그 사람의 강연을 듣더라고요. 자존감에 대한 강의요.

그분은 그렇게 이야기하셨어요. 나의 자존감, 나의 가능성을 낮추는 사람이 있다면 가족이라도 멀리 하라고. 자신은 그렇게 해서 성공했다고 말이지요.

말은 쉬워요. 저는 그게 어려워요. 자녀를 억누르는 부모지만, 그렇다고 외면할 수는 없으니까요.


담임으로 있던 시기에 한 학부모가 학교에 왔어요. 아이의 통학비를 낼 수 없다는 것이었지요.

아니, 어디서 학교를 보내는데 교통비가 없어서 학교를 보내기 힘든가? 싶어서 찾아보니 경남에서 대구로 통학을 시키더라고요.


학교에서는 아이에게 기숙사를 제공한다고 했지만, 혼자 있는 아버지는 딸아이를 기숙사에 보내서 생활하기는 싫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학생의 통학비용을 지원하라고 이야기하셨어요. 학비와 기숙사비, 급식비 등등에 대한 지원은 가능하지만, 통학비용에 대한 지원은 어떻게 봐도 어렵더라고요. 결국, 아이는 아버지의 반대로 학업을 포기해야 했었어요. 얼마 전, 컴퓨터를 정리하다가 그때 아이와 주고받은 문자를 발견했어요. 그 아이는 지금 잘 지내고 있을까요? 아직도 아이의 아버지는 아이를 자신의 틀 안에 가두고 있을까요? 아니면, 이제 아이를 가두는 그 힘은 없어졌을까요?

카카오톡에 가끔 업데이트가 되었다고 나오는 아이의 프로필 사진에는 그저 밝은 모습만 보이더라고요. 그렇지만, 연락은 못했어요. 그 시절에 제가 아이에게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었으니까요. 저는 아이가 학업을 중단해야 하는 것을 막지 못했었고, 그저 아이에게 힘내라고, 더 좋은 네 길을 찾을 거라고, 그렇게 응원의 말만 했을 뿐이니까요.


이제는 제가 부모의 틀에 영향을 받으면서 살고 있어요. 더 좋은 환경과 여건에서 저를 찾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지만, 제가 이 자리를 비우면 부모님이 더욱 힘들 것을 알기에 그러지 못하고 있어요. 이게 저 나름의 효도라고 생각하고 말이지요.


문미순 작가님의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이라는 책이 있어요.

부모와 자녀, 조금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치매를 앓다가 세상을 떠난 노인과 중년이 넘어가는 딸의 이야기, 알코올성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과 청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세상에서 오직 유일한 혈육이지만,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서 취업도, 졸업도 포기하고 병간호만 해야 하는 아들의 이야기. 치매 걸린 엄마와 싸우고 나갔다 오니 엄마는 죽어있고, 그 죽음을 숨기며 엄마의 연금을 몰래 받으며 삶을 이어가는 중년의 딸의 이야기.

물론, 제가 소설 속 그들과 같은 삶을 살아가는 건 아니지만 그런 이야기가 우리 사회에서 표면적으로 나타나지 않은 많은 곳에 존재한다는 게 너무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부정적인 생각이 계속 나오는 요즈음이에요.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면 배부른 소리라고 하겠지요. 지금 정도의 여건이면 행복한 거라고. 지금 정도의 수입이면 만족할 정도라고. 맞아요. 그렇게 볼 수 있어요.

그런데 말이지요. 마음이 어두워지고, 비뚤어지면 그런 말도 쉽게 귀에 잘 들어오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토해냈어요.

여기에 말이지요.

나를 아는 누구에게 말로 표현하는 게 아니라, 그냥 저 혼자 토로하듯 이곳에 남겼어요. 이렇게 쓰고, 쓰면서 속에 있는 것을 내려두다가 보면 언젠가는 부정적인 게 조금은 덜해지겠지요?

그렇다고, 제 글을 읽는 당신의 마음도 어둡게 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그냥, 당신도 힘들었고, 저도 힘든 삶을 살고 있다고요. 우리 모두 힘든 하루하루와 환경 속에 있지만 여전히 이겨내고 있다고 말이지요.

결코 혼자 힘든 건 아니에요. 당신만 구덩이의 가장 바닥에 떨어진 것도 아니고요.

그러니, 힘내요.

오늘 밤도, 내일도, 이번 주말도 말이지요.




매거진의 이전글저는 선생님이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