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사라지고 있다

한국인의 한국 적응기 #4

by incognita

독일 내에서 선생님 부족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지는 이미 오래다. 최근 들어 교직 이수를 하려던 대학생들의 실제 졸업률이 무려 13%까지 떨어졌다. 이는 다른 학과들에 비해 학업을 중단하거나 전과하는 학생 수가 현저히 높다는 것을 증명한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심지어 졸업을 한 학생들의 30%는 5년 안에 교사직을 그만두고 있는 실정이며, 2035/36년 즈음에는 85.000명이라는 거대한 숫자의 공백이 예상된다. 선생님이 사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독일의 여러 매체들에서는 많은 보도와 분석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안정성보다는 모험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들의 성향 변화이다. 즉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일보다 발전의 가능성이 있는 직장을 택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업무 지역과 시간의 융통성도 중요하게 여겨진다. 이러한 변화만 보더라도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더 이상 그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아 보인다.

공부보다 ‘좋아요’를 누르거나 주식 혹은 부동산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경제적 자유를 빠르게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는 학위를 취득한 후 기업에 취직을 하여 규칙적인 월급을 받는 삶을 갈망하는 시대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는 삶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공부를 잘해야만 좋은 직업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뒤집는, 한편으로는 굉장히 긍정적인 변화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가 부정할 수 없는 것은 그 근원에 모든 가치가 금전적 가치로 귀결되는 자본주의 사회에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서 문제는 시작되며, 이는 사실상 독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의대 쏠림 현상과도 이어질 뿐만 아니라 아무리 열심히 그리고 오랜 기간에 걸쳐 공부를 하고, 어렵게 입사한 회사에서 일을 하여도 매달 통장에 들어오는 월급으로는 서울의 아파트를 소유하기 어려운 한국의 부동산 문제와도 직결된다. 이러한 연유로 한 직장에서 오랜 기간 동안 변함없이 일을 한다는 것에 희망을 품기란 여간 쉽지 않아 보인다.

두 번째로 주목할 점은 저임금이다. 주마다 차이가 있지만, NRW (노트라인베스트팔렌) 기준으로 살펴보면, 선생님의 평균 임금은 대략 4000-6000유로 정도이다. 예를 들어 35세, 경력 8년 차의 경유 약 4800유로, 한화로는 2023년 8월 환율 기준 695만 원을 받는다. 이렇게만 보면 적지 않은 임금 같은데, 독일에서는 비교적 세금을 많이 지불하기에 실질적으로 받게 되는 금액은 차이가 꽤 크다. 세금을 제외하고 나면, 공무원일 경우에는 약 3450유로를, 공무원이 아닐 경우에는 약 2900유로가 최종임금이다.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노동시간뿐만 아니라 퇴근 후 수업 준비와 학생 관리로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률에 대비하여 그에 적합하지 못한 입금을 받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 심지어 한번 선생님이 되면, 직위의 변화가 없기 때문에 더 이상의 임금 상승이 없다는 것도 중요한 원인일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도 대두되고 있는 학부모의 지나친 간섭이다. 현재 독일에서는 사전에 선정된 몇몇의 학부모 대표가 직접 선생님과 소통을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학급에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이 있을 경우에도 학부모와의 상담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표가 아닌 학부모들도 개별적으로 상담을 요구하는 우려의 현상이 암암리에 나타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독일의 대표 메신저인 웟츠앱 (Whats app)을 통해 연락이 이루어지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학부모들과 적정의 거리감이 유지될 수 없는 실정이다. 심지어 학생들도 휴대폰을 소유하고 있어, 선생님들은 행동 하나하나에 조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너무나도 쉽게 그의 부모님에게 전달될 수 있으니 말이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30%의 선생님들이 번아웃 혹은 우울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위의 세 가지 이유만 보아도 독일의 상황은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적어도 독일에서는 사전에 예약을 해야만 면담이 가능하고, 선생님의 개인 번호가 모두에게 노출되지는 않는다. 이 두 가지는 사실상 인권의 기본이다. 우리는 누군가와 만나기 위해 약속을 잡고 원하는 누군가에게만 번호를 알려주곤 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권리가 선생님이라는 이유로 예외가 되어버린 것이 바로 한국 사회이다. 심지어 광화문에서 그들의 권리를 주장하여도 사회에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


선생님이 사라진다는 것은 교육의 부재라는 심각한 문제로 귀결된다. 교육은 학문을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인격을 형성한다는 의미에서도 필수적이다. 인격을 제대로 형성하지 못한 아이들이 커서 사회를 만든다. 그 사회는 과연 어떠한 양상을 띠게 될 것인가. 우리는 분명 교육의 의미를 재고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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