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한국 적응기 #5
얼마 전, 암사자가 밖으로 나온 지 한 시간 만에 사살됐다.
마취가 아닌 죽음을 택한 건, 어디까지나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지난해 곰이 탈출을 하였을 때에도 농장주 부부가 사망을 한 비슷한 사례가 있었으므로 어쩔 수 없었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사살여부는 한 동안 주목되었다.
그러나 애초에 동물들을 가두어서는 안 될뿐더러, 그 행위자체가 이미 동물을 사살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은가.
이 세계는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사고로 흘러가고 있다.
독일은 동물원에서 동물이 탈출할 경우, 마취를 시도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마취를 하려면 최대한 동물에게 가까이 다가가야 하고, 마취에 들기까지 대략 15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므로 위급한 상황이라는 전제 조건 하에 사살이 허용된다. 그리고 사살을 택한 경찰은 엄밀한 조사를 받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동물원에 대한 논란 또한 적지 않은데, 그중 몇 가지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동물원이 멸종위기에 놓인 동물들을 지키기 위한 공간이다?
실제로 멸종위기의 동물들은 대략 20-25% 일 뿐이며, 나머지는 자연에서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동물들이다. 뿐만 아니라 동물원에서 태어나고 자란 동물들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 살아남을 수 없다.
2. 동물원에 가야 동물에 대해 배울 수 있다. 특히나 아이들의 교육에 있어서 동물원은 필요하다?
애초에 동물원에서 지내는 동물들은 자연에서 사는 동물들과 행동이 다르기 때문에 그저 전시대상이 될 뿐이다. 이를 테면, 새들은 날아갈 수 없고, 치타는 제대로 뛸 수 없으며 원숭이들도 나무를 마음껏 탈 수 없다. 오히려 생생한 자연환경을 담은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서 보다 정확하게 동물들의 삶을 배울 수 있다.
3. 동물원에서는 동물들이 잘 지낼 수 있다?
이건 동물원에 가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들은 좁은 환경에서 오로지 제한적인 움직임만이 가능할 뿐이다. 예를 들어, 하루에 25km 정도를 걷는 코끼리에게 주어진 공간은 너무나도 협소하다. 뿐만 아니라 청결에도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정신이상의 행동을 보이는 동물들도 있다.
동물원은 동물을 위한 공간이 아닌, 인간을 위한 공간이다.
물론 현재 모든 동물원이 그러한 것은 아니다. 예외적으로 문제의식을 반영한 공간도 있다. 이를 테면, 한국에 위치한 청주동물원에서는 구조되었지만 더 이상 자연에서 살 수 없는 야생동물들을 보살피고 있다. 양질의 음식과 동물들에 걸맞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데, 관광객들은 동물들이 활동하는 시간에 맞추어야만 그들을 만날 수 있다. 이처럼 동물원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동물을 보호하는 공간으로 점차 변모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이번 사건에서 더욱이 놀라웠던 점은, 사살된 사자가 일반 동물원도 아닌, 한 민간 목장에서 자라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곳은 지난해부터 관광농원으로 지정돼 운영되고 있었다. 주변 이웃들도 모를 만큼 오랫동안 가둬 키운 사자를 통해 경제적인 이익을 창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통제에서 벗어난 사자는 사살될 만큼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되었다.
그러니까 죽음 밖에는 다른 방도가 없었는지, 어떻게든 사자의 생명만큼은 지켜낼 수 없었는지 주목하기 이전에, 사자는 왜 그곳에서 자라날 수밖에 없었는지, 어떠한 이유로 탈출하려고 했는지에 대해 고심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기사에 따르면, 사자는 공격적인 행위를 취하지도 않았다. 어쩌면 더위를 피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실상 동물이 전시되는 공간은 동물원뿐만이 아니다. 아직까지도 동네 곳곳에는 프리미엄 애견샵이 생겨나고 있고 그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는 유기견 보호소가 공존한다. 예쁘고 인형 같은 동물들은 판매를, 갈 곳을 잃은 동물들은 입양과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인간을 위한, 인간에 의한.
모든 것이 인간 중심적인 사고로 점철된 사회에서 최종적으로 위기에 직면하게 되는 존재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인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