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한국 적응기 #6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발표되고 있다.
자녀의 양육을 지원하는 장려금 소득 상한을 4000만 원에서 7000만 원으로, 자녀 1인당 최대 지급액 또한 8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상향 조절 되었다. 육아휴직 장려금도 도입되었다. 이 외에도 서울 기준, 중위소득 150%를 넘지 않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최대 240만 원까지 지원이 되고, 공공분양주택 다자녀/신생아 특별공급, 자동차 취득세 면제 및 감면, 국립 문화시설 할인 혜택 기준도 자녀 3명에서 2명으로 변경되었다. 심지어 출산가구 주택 구매 및 전세자금 대출 금리 혜택까지 발표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2024년도 기준, 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이 총 15조 4천억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정책의 기저에는 혼인이 있는데, 그도 그럴 것이 현 정부는 출산율 정책과 더불어 혼인율 상승에 관하여서도 고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결혼 자금 3억까지는 증여세를 면제해 주고 배우자의 청약 통장 보유기간을 함께 인정해 주는 등, 소위 혼인 혜택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니까 혼인율이 상승하면 출산율이 상승할 거라는 논리인 셈인데, 여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최근 독일에서 태어난 아이의 30% 는 부모가 결혼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뿐만 아니라 10년 간 독일의 조혼인율과 출산율을 살펴보면, 조혼인율이 가장 상승했던 시기는 2018년 (5.4%), 출산율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2016년 (1.6%)로 이 둘의 관계가 비례하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이와 연관하여 정책 또한 한국과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이미 꽤나 오래전부터 독일은 자녀장려금을 지급했다. 초창기에는 수입과 자녀수에 따라 차등을 두었지만, 최근에 이르러서는 결혼의 유무, 소득과 상관없이 출산을 하면 한 달에 대략 250유로 (한화 3-40만 원) 정도의 지원금을 받게 된다. 참고로 많이 나을수록 더 많이 주는, 다자녀 정책은 없다.
세금에도 차이가 있다. 독일은 OECD 국가 중 세금을 가장 많이 내는 국가 2위에 위치해 있는데, 혼인과 출산을 하면 세금의 15-20% 정도를 감면해주는 혜택이 있다. 비혼 출산일 경우에도 세금 면제 신청이 가능하다. 이처럼 독일은 출산과 혼인을 나란히 두지 않고 있으며, 정책 또한 별도로 행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도 출산율 정책을 내세우기 전에, 결혼을 하지 않아도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인식의 확장이 필요하다.
그러나 사실상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한부모 자녀 혹은 혼인 여부와 관계없는 출산 지원 혜택이 부재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새롭게 시행되는 신생아 특별공급은 혼인여부와 관계없이 행해지고, 중위소득 52% (월 소득 약 170만 원) 이하인 한 부모 가정에는 월 20만 원의 수당이 주어진다.
모순적이게도, 이를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는데, 최근 출산을 한 기혼부부들이 일부러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제때 혼인신고를 하는 것이 무지한 행동이라는 이야기까지 적지 않게 들린다. 무주택 기간과 가구 소득에 따른 점수를 높이고 싶고자, 즉 청약에서 가점을 높이기 위해 혹은 부부합산 소득으로는 대출이 불가하여 한부모 혜택을 받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대부분의 혜택이 소득 기준으로 주어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소득이 적지 않은 가구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과연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 것일까.
아이가 태어나기만 하면 마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매일 새롭게 발표되고 있는 출산율 정책들, 그리고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정작 이 사회에서 무엇이 필요한 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아이가 태어나기만을 바라며 아이를 낳는 이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에 중점을 두기보단, 이미 태어났고 삶을 영위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다 나은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먼저 아닐까.
아이는, 국가가 돈을 준다고 하여 (그 마저도 굉장히 제한적이고 조건적이지만), 태어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결혼을 하지 않은 이들의 거주 환경 및 일자리가 개선되고, 출산 후의 여성들의 삶이 나아졌을 때야 돼서야 비로소 새로운 아이들이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 않을까. 그래야 새롭게 태어난 아이들도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근본적인 성찰의 부재이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것은 국가의 위기라고 말한다.
인간이 온전하게 살아갈 수 없게 된 것이야 말로 한국이 처한 위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