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한국 적응기 #7
생신 기념으로 아버지와 함께 동네의 한 카페에 갔던 날이었다. 언젠가 아버지를 모시고 오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던 그 카페는 유명한 건축가의 작품으로 sns에서 유명해진 지 오래였다. 그날에도 카페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버지는 따뜻한 커피를 마시겠다고 말하며 다양한 디저트들을 구경하였다. 꽤나 오랜 기다림 후에 차례가 되었을 때,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하고는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게 의자야?
주문을 하기까지 오래 걸려서 인지, 피곤해 보이던 아버지는 평평하고 각이 진 작은 의자를 가리키며 물었다. 고개를 끄덕이자, 아버지는 몸을 웅크리고 천천히 앉았다.
여기는 젊은 애들이 오는 곳이네. 주문하는 곳에 사람도 없고.
아버지의 연이은 말에 잠시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그렇진 않은데…
짤막하게 답을 하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젊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며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시선을 돌리고는 아버지에게 테이블에 놓여 있던 티라미수를 건네고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카페에서 노인들을 보았던 순간이 언제였던가?
머릿속에는 한국이 아닌 독일 카페들만이 연이어 그려졌다. 유명한 카페나 식당에는 늘 다양한 나잇대의 사람들이 있었다. 노인들이 카페나 레스토랑에 즐겨 간다는 것은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유럽 감성사진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조금 달랐다. 노시니어존이라고 칭할 수 있을 만큼 대부분 젊은이들이 주를 이루었다. 소위 핫한 카페가 되려면 핫한 사람들이 많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하는 것일까. 순간 불편한 마음이 들었고 그건 아버지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결국 그날 우리는 주문한 커피를 서둘러 마시고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던 기억이다.
그날이 불현듯 다시금 떠올랐던 건, 얼마 전 공항에 머무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노인들에 관한 기사를 접했을 때였다. 오고 가는 관광객들 그리고 여행객들 사이에 노인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식사를 하기도 하고 장기를 두기도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더 이상 일을 하지 않아 딱히 갈 곳이 없는 그들에게 있어서 공항은 카페나 기타 문화 공간들과 달리, 오래 머물러 있어도 눈치가 보이지 않는 공간이었다.
대한민국의 노인비율은 24% 정도이며, 앞으로 그 비율은 점차 올라갈 전망이다. 반면 청소년비율은 점차 떨어지고 있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노인들이 더 많은 사회라는 것인데, 출생과 기혼에 관한 다양한 정책들에 비해 노인들을 위한 복지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독일의 경우, 노인비율은 22% 로 한국과 비슷하며, 마찬가지로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노인들의 삶에는 한국과 분명한 차이점이 보인다. 우선 독일은 만 65세가 아닌, 67세부터 국민연금을 받는다. 연금수령액에 따른 차등이 있지만, 추가적으로 생활보장지원금도 받게 되는데, 대략 1인당 한 달에 502유로 (원화 6-70만 원) 정도이다. 이와 더불어 1인당 45-50㎡ 크기의 집에 거주한다는 조건으로 난방비를 포함한 집세도 지원받을 수 있다. 물론 함께 사는 가족이 많을수록 금액은 상향 조절 된다. 건강보험료 또한 국가에서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병원에 갈 때마다 진료비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만약 일을 계속하고 싶다면, 2023년 기준 1년에 4만 4천 유로 정도, 즉 한 달에 3천6백 유로 (원화 4-500만 원)를 벌 수 있다. 이는 노인들의 일자리가 많다는 이야기로 해석될 수 있다. 이렇게 일을 지속할 경우에는 연금도 상승된다. 상승률은 1년에 6% 로, 이 또한 적지 않다.
한국에서 노후에 대한 걱정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노후자금을 모으는 것에서 더 나아가 노후를 위해서는 자식을 낳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다. 그러나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만 두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일까. 국가와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은 일원이 되어버렸다는 이유로 갈 곳을 잃어가고, 마음 편히 문화생활을 즐길 수조차 없는 노인들. 그리고 그들을 혐오하는 사람들을 보며 생각한다.
우리는 누구나 노인이 된다고. 그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