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햇살이 아름다워서 벤치에 앉아 책장을 넘기고 싶은 욕구가 솟아올랐다. 나는 두꺼운 영어 책 '왕좌의 게임'을 가지고 시드니 하버브리지가 보이는 강가에 앉았다. 벤치에 앉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영어 문장들을 더듬더듬 거리며 읽고 있다. 영어 공부가 목적이었지만, 현재는 인내심 테스트 밖에 되지 않는다.
누웠다가 앉았다가 번거롭다. 읽고는 있지만 이해는 안 되고 여유롭고 한적함을 느끼고 싶지만 생각만큼 모든 게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햇살은 따사롭다 못해 너무 뜨거웠다. 주변은 고요했다. 책을 읽겠다는 의지로 지나치게 조용한 장소를 선택한건지 인적이 드물었다. 출렁거리는 물살 아래 햇살이 반짝반짝 빛났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름 답지만은 않다. 강물에 떠다니는 페트병이 눈에 자꾸 거슬린다.
그렇게 벤치에 앉아 알파벳을 읽고 하늘도 보고 강가에 페트병을 노려 보기도 했다. 지루했다. 공원 근처 큰 건물에서 작은 꼬마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소란스럽다. 그 중 한 명의 아이가 빨간 볼을 하고 나에게 도전적으로 다가온다. 내가 많이 심심해 보여 놀아 주고 싶었을까? 덜 심심하게 얼굴에 인상 좀 쓰고 고뇌하는 사람처럼 보여야 했는데 살짝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다.
다짜고짜 달려오더니 종이컵을 내민다. 날 주는 건가? 머릿속에 온통 물음표가 가득이다.
5살짜리 정도로 보이는 작은 어린아이가 성난 얼굴을 하고 따지듯 중국인이냐고 묻는다. 나는 너무 놀라 아니라고 대답했다. 내 말은 듣지도 않은 채 재촉해서 질문을 한다. "당신 중국인이야" "아니" 강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순간 꼬마가 술에 취했다고 생각했다. 흐느적거리며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고 벌건 얼굴로 눈은 흐리멍덩했다. '취한 건가?' 어린 꼬마라 괘씸한 생각이 들었지만 조금은 두렵기까지 했다. 그 아이는 분이 안 풀린 듯 소리쳤다. "이 음료수 정말 맛없어 중국으로 꺼져버려" 그리고 나서 노란 물이 들어있는 종이컵을 휙 하고 강가에 던져 버리고 친구들과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충격적인 경험이다. 어린아이에게 꾸지람을 들었다. 고국으로 돌아가라고 ㅎ 나는 중국인이 아니지만 그 아이에겐 혐오하는 중국인이였다. 어린아이의 치기일까? 아니면 어른들의 행동과 교육의 반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