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해야' Vs. '오만가지'
*이것은 빼박 노견의 대열에 합류한 13살 갈색 푸들 '단지'와 함께 하는 일상의 기록. 그리하여 지극히 사적이고 대단히 편협한 시리즈.
그런 글을 봤다. 반려동물이 하는 가장 나쁜 생각이라는 것이 기껏해야 '저 주인 놈의 손에 있는 간식을 어떻게 해야 먹을 수 있을까?' 정도라고.
맞다. 내가 단지를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도 바로 그 '무해함'에 있다. 내가 생각했을 때 이 녀석이 하는 가장 나쁜 생각이란 것도, 기껏해야 '보자 보자. 언제, 어떻게 저 주인 놈의 양말 뒤꿈치를 -그것도 안 아프게- 물어 당겨 나를 쳐다보게 할까?' 정도다.
하물며 내가 청결에 예민해하는 어떤 측면에서조차 단지는 예외다. 이 녀석은 발바닥에 흙을 묻히고 소파 위를 총총거려도 괜찮고, 오줌 묻힌 발로 거실 카펫을 어슬렁거려도 괜찮다. 그 모든 것조차 이 녀석의 무해한 영혼은 다 흡수한다. 그만큼 깨끗하고 순수하다.
말이야 바른말이지, 내가 타인에게 갖는 의심이나 질투. 어떻게 하면 저걸(!) 이겨 먹을까 또는 골탕 먹일까 하는 우월감이나 복수심. 아니, 아예 한 번은 고꾸라졌음 하는 못된 심뽀 등등... 오만가지 나쁜 생각들을 종종(솔직히 자주) 하는 것에 비하면 뭐가 더 무해하겠냔 말이다.
그러니 가끔 어딘가의 앞에서 '반려동물 입장 절대 불가'라는 글을 보거나 강아지들이 지저분하다며 잔뜩 찌푸린 인상에 과도한 혐오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일면 이해도 되고 '더 조심해야겠다' 주의를 기울이면서도. 한편으로 난 대단히 꼬이고 못 돼먹은, 삿된 인간의 마음으로 삐딱해져설랑은 묻는다. '아니, 누가 더 나쁘냐고?!' (게다가 반려동물에 대한 그런 부정 반응은 반려동물을 케어하는 인간의 문제로 말미암은 것이 거의 99.9%다)
아, 물론 속으로. 난 단지처럼 기분이 좋으면 그냥 발랄하게 꼬리가 흔들어지고 기분이 나쁘면 그저 시무룩하게 꼬리가 내려가는 그런 솔직함과 당당함도 없는 겁쟁이니까. 그래서 이 글도 그런 방침이나 반응들에 대해 옳지 않다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그냥 가끔 서운할 때가 있어요~ 이 정도란 굽신굽신 정도는 남겨놔야 속이 편안해지는 소심 쟁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