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인도 직장의 풍경

ABC를 요청했는데 D가 돌아오는 순간

by 윤수

인도에 와서 처음 만난 주재원 법인장님의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여기서는 예상과 다른 일이 자주 일어나니까 너무 놀라지 말라”는 말이었다.


그때는 그 말이 막연하게 들렸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 의미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일을 하며 겪은 몇 가지 순간들이 아직도 또렷하게 남아 있다.


1. 생일이라 미팅에 못 온다는 직원

한 번은 미팅에 항상 참석해 회의록을 쓰던 직원이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유를 물으니 오늘이 자기 생일이라 축하 전화도 받고 메시지 답도 해야 해서 쉬겠다고 했다.


너무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이야기해서 잠시 말문이 막혔다. 한국에서라면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2. 금요일이나 월요일에 아픈 사람들

병가를 내는 직원들을 보면 유독 금요일이나 월요일이 많았다. 처음에는 우연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의 패턴처럼 느껴졌다.


그때부터 ‘아, 여기는 이렇게 흘러가는구나’ 하고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3. 돌아가셨다던 아버지가 회사에 찾아온 날

한 직원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며 휴가를 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직원의 아버지가 회사에 찾아온 적이 있었다.


순간 당황했지만, 이 또한 문화와 환경의 차이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4. 가족이 참 많은 나라

휴가 사유를 보면 삼촌, 고모, 이모 이야기가 자주 등장했다. 친척의 범위도 넓고 관계도 다양했다.


가끔은 이미 돌아가셨다고 들었던 분이 다시 휴가 사유로 등장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여기서는 가족의 의미와 범위가 다르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5. 기대와 현실의 업무 능력

받아가는 연봉이나 직급을 보면 당연히 일정 수준 이상의 업무 능력을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일을 해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처음에는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결국 기준과 시스템, 교육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게 되었다.

6. ABC를 부탁했는데 D가 돌아올 때

분명히 A, B, C를 요청했는데 전혀 다른 결과가 돌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처음에는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확인과 설명, 반복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우게 되었다.

7. 면접과 실제 업무 사이의 간격

면접에서는 대부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막상 일을 맡겨보면 처음 해보는 일인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 일을 통해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도, 일을 가르치는 방식도 결국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니, 이 모든 경험이 결국은 낯선 곳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었다. 처음에는 당황하고 이해되지 않던 일들이, 어느 순간부터는 그저 이곳의 일상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인도에서 일한다는 것은 일을 배우는 것만이 아니라, 사람과 문화, 그리고 나 자신의 기준을 다시 배우는 일이기도 하다.



솔루션

인도에서 일하며 느낀 가장 큰 교훈은 사람을 바꾸려 하기보다, 일하는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직원들과의 갈등이 노무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근로계약서를 처음부터 빈틈없이 작성하고, 휴가·병가·업무 범위와 같은 HR 관련 규정과 문서들을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결국 회사를 지키는 방법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직원들을 가족처럼 대해주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일 때가 많다. 인도에서는 관계와 정서적인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업무 지시만 하는 관계보다, 안부를 묻고 개인적인 상황을 이해해 주며 존중하는 태도를 보일 때 책임감과 협조가 훨씬 좋아지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결국 시스템과 함께 사람에 대한 배려가 균형을 이룰 때 팀이 가장 안정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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