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회장님의 질문이 남긴 생각
회사 근처 공원을 걷다가 사색에 잠겨
이곳의 공간이 다름을 느낀다.
‘인도는 밀도가 높네…’
공기 속에는 먼지와 소음이 떠다니고,
그 안에는 14억 인구의 숨결과 느긋함,
그리고 오랜 철학적 전통까지 함께 섞여 있다.
물리적 밀도와 정신적 밀도가 동시에 존재하는 공간이다.
어쩌다 운명의 흐름을 따라 이곳에 오게 된 한국인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일정에
답답함을 느끼며 화를 내는 사람도 있고,
바꿀 수 없다면 내가 변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단련하는 사람도 있고,
어느새 절반쯤은 인도 사람이 다 된 듯,
느긋함을 배워 여유를 즐기는 이도 있을 것이다.
내가 이곳에서 하는 일은
두 나라 사이의 간극, 두 회사 사이의 이해관계,
그리고 두 개인 사이의 온도 차를 좁혀
협상이라는 한 지점에 도달하도록 돕는 일이다.
그 일을 제대로 하려면
양측의 한계와 배경을 정확히 알고 이해해야 한다.
균형과 조화는 비즈니스의 기술이면서도,
동시에 삶의 태도이기도 하다.
이 원리는 업무뿐 아니라
일상 대부분의 상황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래서인지 인도에 오면
다들 조금씩 철학자가 되어 가는 것 같다.
이 밀도 높은 공기 속에서
왜 이렇게 일이 흘러가는지,
왜 사람들은 이렇게 반응하는지,
그 보이지 않는 맥락을 사유하게 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시장 조사차 방문한 한 대기업 회장님이 물으셨다.
“인도에서 살면서 가장 좋은 점은 무엇입니까?”
나는 이렇게 답했다.
변화에 적응해 가는 유연성을 배우고, 포기와 수용을 익히며 변화가 결국 성장의 기회임을 깨닫게 해주는 인도에 오늘도 감사함을 느낀다.
글로벌 부동산 회사에서 일하다 보니 종종 기업 임원분들과 재벌 4세 분들이 시장 조사를 위해 인도를 방문하십니다. 한 번은 “인도 메트로를 꼭 타보고 싶다”고 하셔서, 이것이 말로만 듣던 ‘서민 체험’인가 싶어 메트로 카드를 건네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방문하시면 주로 기업 환경과 투자 여건을 많이 문의하시는데, 정작 인도로 이민 와서 살고 있는 저를 신기해하시며 장단점을 물어보시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막상 “뭐가 좋았더라?” 하고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눈에 띄는 장점이라면, 가사 도우미 문화 덕분에 제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입니다. 또 하나는 통제되지 않고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인도 시스템 속에서 자연스럽게 융통성과 적응력이 많이 길러졌다는 점입니다. 예상 밖의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오히려 유연해지는 법을 배우게 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