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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아즈 Jan 03. 2019

인도 모디 정권의 승부수① '인도 화폐개혁'

쉽게 알 수 없는 인도 이야기


서론 : 인도 모디 정권의 승부수 '인도 화폐개혁'

본론 : 화폐 개혁의 목적

결론 : 인도 화폐개혁에 대한 평가



인도 모디 정권의 승부수 '인도 화폐개혁'

'화폐 개혁으로 인해 야기된 혼란과 비판을 기꺼이 받아들이겠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꿈의 인도(India of dreams)를 만나게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2016년 11월 8일 늦은 저녁, 인도 모디 총리는 기존에 사용하던 지폐(500루피, 1000루피)를 폐기하고 새로운 신권을 발급한다는 내용의 발표문을 언론에 전격적으로 공개했다. 모든 기업을 포함한 인도 국민은 2016년 12월 30일까지 기존에 사용하던 구권을 은행 계좌에 입금하거나 또는 신권으로 교환해야 했다. 충격적이었다. 첫째, 발표 내용은 정말 갑작스러웠다. 당시만 해도 인도에서는 전체 거래의 80% 이상이 현금거래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두 종류의 지폐를 한 순간에 휴지로 만들어 버린다는 결정을 믿을 수가 없었다. 둘째, 인도 금융 인프라 시설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인도 은행 ATM은 정말 시도 때도 없이 고장이 난다. 하물며 10억 명이 넘는 인도 사람들이 동시에 화폐교환을 할 경우 은행들은 그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 거짓말 같은 화폐개혁은 실제로 단행되었다. 개혁이 시작되면서 초반 진행과정 또한 순탄치 않았다. 은행 앞은 단 돈 몇 만원을 교환하기 위한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었고 현금으로 일당을 받으며 생활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일부 시골지역에서는 물물교환 거래가 다시 시작되었다는 뉴스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심지어 화폐개혁에 대한 정치적 반발이 뜨거워 지자 논쟁을 피하기 위해 모디 총리가 반나절 이상 의회에서 사라지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모디 정부는 왜 이러한 엄청난 리스크를 감당하면서 화폐 개혁을 실시한 것일까?

< 은행앞은 구권을 교환하기 위한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룸 >


인도 화폐개혁의 목적

#1 블랙 머니 아웃

모디 총리는 화폐개혁을 통해 블랙머니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인도에서 블랙머니는 부패와 결합하며 인도 사회 구석구석을 병들게 하고 계층 간의 빈부격차도 심화시키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블랙머니가 인도 내부의 공식적인 시장을 통해 유통되고 세탁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시장이 인도 부동산 시장과 금시장이다. 부동산 시장의 경우, 부동산 매매정보가 정부에 보고되지 않기 때문에 인도 정부는 부동산 시장 내 블랙머니를 통제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금시장의 경우에도 사정은 비슷하다. 인도 사람들은 전 세계에서 금을 가장 좋아하는 국민 중에 하나다. 미국 금융위기와 유럽 경제위기가 금값 상승을 주도한 것이 사실이지만 경제성장과 함께 인도에서 끊임없이 금 수요가 발생되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금값 상승과 함께 인도 금시장은 블랙머니의 은행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모디 정부는 화폐개혁을 통해 이러한 공식적인 시장 속에 숨어 있는 블랙머니를 뿌리 뽑으려고 한다. 물론 화폐개혁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부동산 시장 붕괴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하지만 모디 총리의 의지는 단호했다. '블랙머니를 뿌리 뽑지 못하면 인도는 나아갈 수 없다'


#2 불법적으로 유입되는 위조지폐 차단

당시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외교관계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모디 총리는 자신의 취임식에 파키스탄 총리를 초대함으로써 양국의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였지만 결국 kashmir 지역을 둘러싼 영토분쟁은 두 나라의 관계 개선의 발목을 잡았다. 더더욱 심각한 문제는 파키스탄 내부에서 전쟁, 테러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인도 화폐를 위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파키스탄 정부는 이러한 위조지폐를 엄격하게 차단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또한 중국과의 경제교역이 많아지면서 중국 내부에서도 인도 화폐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고 자연스럽게 중국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엄청난 위조지폐가 인도로 유입되고 있었다. 은행 ATM기에서 위조지폐가 인출되는 사고들까지 발생하기 시작했었다. 모디 총리는 화폐개혁을 통해 블랙머니를 척결하고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위조지폐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3 모디 패러다임(정책)을 위한 자금 조성

모디 총리는 구자라트(Gujarat) 성공신화와 함께 인도 15대 총리로 당선되었다. 모디 총리는 낙후되어 있던 구자라트 주의 인프라 시설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동시에 외국기업의 투자유치를 이끌어내며 구자라트 주의 성공적인 경제성장을 일구어 냈다. 이러한 성과는 가난과 빈곤으로 힘들어하는 인도 서민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고 그 결과, 2014년 전체 선거에서 543석 중 337석을 차지하는 압도적인 결과와 함께 총리로 선출되었다. 강력한 리더십을 지향하는 모디 정부는 당선 이후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한 정책들은 연이어 제시했다.


· One person One banking account

· Digital India

· Make in India

· Sexual Equality

· Skill India


특히 이 모든 정책의 근간이 되는 것이 1인 1 통장 정책이다.(Pradhan Mantra Jan-Dhan Yojana) 모디 총리는 국가 주도형 경제개발모델을 추구한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들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공적자금이 반드시 필요하다. 당선 초기, 통장 개설 절차를 간소화하고 감세 효과를 부여하여 인도 국민들이 통장을 개설하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큰 성과가 없었다. 일단 인도 사람들은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보다 현금을 집에 보관하는 것을 선호했다. 인도 부자들 또한 과세를 피하기 위해 위해 통장에 돈을 보관하는 것을 꺼린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모디 정부는 야심 차게 발표한 정책들을 밀고 나갈 원동력을 잃고 말았다. 따라서 모디 정부는 화폐개혁을 통해 다시 한번 국가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원동력과 공적자금을 확보하고자 한다. 화폐개혁과 동시에 모디 정부는 블랙머니에 관해서는 최고 200%가 넘는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부자들 입장에서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다. 하지만 자신들의 재산이 종이 쪼가리가 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세금을 내더라도 통장에 입금을 하는 것이 낮다. 모디 정부는 화폐개혁을 통해 상당한 돈이 은행으로 유입되고 더불어 많은 인도 국민들이 통장을 개설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4 정치적 주도권 장악

이번 화폐개혁에 숨어 있는 목표 중 하나는 정치적 주도권 강화이다. 당시 모디 정권은 심각한 정치적 위기에 놓여 있었다. 반부정부패라는 깨끗한 이미지와 함께 정권이 출범했지만 연이어 터진 주변 비리 스캔들로 위기를 자초하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델리 주 선거, 비하르 주 선거에 참패하면서 정치적 장악력이 약화되고 있었다. 강력한 국가 주도형 리더십을 추구하는 모디 정권에게는 치명적인 상황이었다. 따라서 모디 총리는 화폐개혁을 통해 이러한 상황을 타파 하려고 했다. 야당에게 화폐개혁에 대한 논쟁의 여지조차 주지 않았다. 모디 총리는 발표했고 모든 국민들을 따라야 했다. 화폐개혁을 성공을 통해 모디 정부는 다시 한번 정치적 장악력을 강화할 수 있다.


#5 세수확보

가장 기본적이지만 또 가장 중요한 목표이다. 인도 내부 빈부격차는 심각하다. 부자들은 쉽게 돈을 벌 수 있고 빈곤층은 날이 갈수록 더 가난해진다. 부자들의 세금 회피를 막고 빈부격차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세수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인도 정보는 공정한 세금 징수를 위한 데이터가 없다. 이는 세수확보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세수확보를 공정하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수익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필요한데 오랫동안 블랙머니를 통해 세금 회피를 해왔기 때문에 추정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모디 정부는 화폐 개혁을 통해 지금까지 왜곡되어 있던 세금 관련 데이터를 새롭게 하고 세금 징수를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기반을 세우려 한다.



인도 화폐개혁에 대한 평가

어느덧 화폐개혁이 단행된 지,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여전히 화폐개혁에 대한 갑론을박이 존재한다. 하지만 모디 총리의 재선임을 결정짓는 인도 총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화폐개혁은 큰 논쟁거리가 되지 않고 있다. 조심스럽지만 모디 정부의 화폐개혁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으로 이해해도 무방할 것 같다. 사실 화폐개혁 단행 3개월이 지나, 첫 번째 전국구 여론조사가 있었다. MOTN(The India Today Group-Karvy Insights Mood of the Nation)이라고 불리는 여론조사로 인도 전체 19개 주에서 12,143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전국구 여론 조사이다. 특히 화폐개혁 실시 이후 처음으로 실시된 여론조사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MOTN 여론조사에 따르면 화폐개혁에 대한 인도 국민들의 평가는 ‘고통스러웠지만 정의로운 과정’으로 요약할 수 있다. 화폐개혁으로 인해 발생한 혼란에 대해서는 모든 인도 사람들이 문제 인식을 하고 있었다. 50%가 넘는 인도 국민들은 이번 화폐개혁 중에 발생한 현금 부족 현상을 지적하고 골목 상권이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는 점에도 목소리를 모았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이러한 혼란에 대한 비난이 모디 정부로 향하지 않고 있었다. 화폐개혁 정당성에 대한 의구심보다는 개혁과정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은행기관과 정부기관에 분노를 표시했다. 50%가 넘는 인도 국민들은 이번 화폐개혁으로 인해 발생한 혼란에 불만을 표시했지만 또 45%의 국민들은 이번 화폐개혁이 블랙머니를 차단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35%의 국민들도 이번 화폐개혁이 블랙머니를 줄이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화폐개혁 진행과정에 대해서는 불만이 있었지만 화폐개혁의 정당성과 당위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도 화폐개혁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2017년 무디스는 인도 화폐개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인도 국가신용등급을 Baa2로 한 단계 상향했다. 인도 중앙은행도 인도 내 은행 예치금이 화폐개혁 전보다 2.8조∼4.3조 루피(48조∼74조 원) 늘어난 것으로 발표했다. 다만 화폐개혁을 통해 인도에 숨어있는 검은돈을 뿌리 뽑았다고 말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인도 부자들은 더 꼼꼼한 방법으로 검은돈을 세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사회적으로는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대부분의 인도 사람들이 은행계좌를 개설했고 또 Paytm과 같은 전자결제 시스템이 빠르게 보급되었다. 이제 농담 조금 보태서 이제는 현금 한 푼 없이도 인도에서 하루를 살 수 있다. 화폐개혁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도 계속되겠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긍정적으로 바라 봐도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인도와의 인연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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