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알 수 없는 인도 이야기
서론 : 인도 사람들의 협상 능력
본론 : 인도에서의 협상 전략
결론 : 인도에 기회가 있다
“눈빛 하나 안 변하고 거짓말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인도 사람들에 대한 나의 솔직한 첫인상이다. 인도에 처음 도착했을 당시만 해도 구글맵이 지금처럼 보편화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인도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봐야 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길을 물어볼 때마다 누구 한 명 길을 모른다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태연하게 길을 알려 주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였다. 매번 다시는 속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인도 사람들의 능글맞은 표정과 말투에 속수무책이었다. 이런 인도 사람들의 능글맞음은 가게에서 물건을 살 때 절정에 다다른다. 몇 천 원짜리 물건을 아무렇지 않게 몇 만 원에 팔기도 하고 심지어는 가게에 있지도 않은 물건을 지금이라도 당장 구해 줄 수 있는 것처럼 손님을 현혹시키기도 한다. 말 그대로 사람을 가지고 논다. 옛말에 가장 장사를 잘하는 민족은 유대인 상인이고 그 유대인 상인을 뛰어넘는 민족이 아랍 상인이고 그 아랍 상인의 뺨을 때리는 민족이 인도인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16세기 실크로드가 상업의 중심이었던 당시, 전 세계에 중개무역을 주도하던 인도인들을 두고 한 말이다. 16세기 당시 인도의 북서부 지역은 인도인으로부터 물건을 구매하려는 포르투갈, 영국, 프랑스 상관으로 넘쳐났고, 인도는 로마와 한나라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며 중개무역을 통해 유럽 전체를 능가하는 부를 축적했다고 한다. 인도인들은 수에 강하다. 가끔 인도 가게에서 물건을 사다 보면 인도인들은 손익을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손익을 본능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리고 인도 사람들은 마지막까지 끈질기다. 한 번은 한국, 인도 기업 간의 협상 테이블에 통역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전제 거래금액이 10억이 넘는 거래였다. 보통 어느 선에서 반올림하여 계약을 마무리할 만도 하지만 계약이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인도 기업이 마지막 몇 백만 원을 계약금에 포함시키기 위해 협상 테이블을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기업 대표님은 살다 살다 이런 사람들은 처음 본다고 말하시면 헛웃음을 보이셨다.인도 사람들은 거짓말을 잘하고 숫자에 능하며 끈질기다. 뻔히 들킬 거짓말도 아무렇지 않게 하면서 상황에 따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주도한다. 가끔 화가 머리 끝까지 차오른다. 참 얄밉다. 하지만 협상에서 인도 사람이 실질적인 이득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 또한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인도인들과 협상에서 무기력하게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인도 사람들의 성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도인들은 도덕성으로부터 자유롭다. 거짓말에 대한 사회적 허용이 우리나라보다 관대하다. 그래서 인도 사람들은 거짓말하는데 부담이 별로 없다. 다시 말해 물건을 원래 가격보다 높게 부르거나 없는 물건을 내일이라도 당장 팔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에 대한 도덕적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이러한 도덕성의 차이로 인해 인도인들은 협상에서 실직적인 우위를 누리며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반대로 협상을 할 때, 한국인들은 도덕적 책임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물론 장기적인 측면에서 도덕성이 높은 사람이 더 튼튼한 신뢰성을 구축할 수 있는 것은 한국이나 인도나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높은 도덕성의 강조는 가끔 우리를 도덕성의 함정에 빠지게 만든다. 언젠가 밤늦게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와야 하는 일이 있었다. 마침 휴대폰 배터리까지 방전돼 우버(Uber) 택시조차 부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이 선불제 택시를 타야 했고 택시기사와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그런데 겨우 흥정을 끝내고 택시를 타러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나는 가격이 아주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예전 같으면 내가 동의했기 때문에 손해를 보더라도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도에서 살면서 배운 사실, 도덕적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 떠올랐다. 나는 길을 걷다 멈추고 택시기사에게 가격이 너무 비싸서 다른 택시를 타야겠다고 말했다. ‘My mind is changed’, 내가 이 경험을 통해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은 변덕쟁이나 망나니가 되자는 것이 아니다. 공평하지 못한 정보를 바탕으로 협상을 했고 또 내가 협상이 불공평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면 나는 협상을 취소할 권리를 가진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다른 택시를 이용하여 거의 절반에 가까운 가격으로 집에 왔다. 인도에는 협상을 할 때는 도덕성의 함정을 조심하고 또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을 눈치챘다면 최대한 빨리 함정에서 탈출해야 한다.
한국인은 성격이 급하다. 우리 속담에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듯이 한국 사람들은 결정을 했다면 재빨리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시간이 무한한 자원으로 간주된다. 다시 말해 한국처럼 시간으로 상대방을 압박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인도 사람들은 소비자가 물건을 사고 싶으면 내일이라도 다시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소비자가 나중에 다시 온다면 그때 다시 협상을 시작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물건을 사는 척하고 나가는 소비자 한 명 한 명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말로는 손님을 붙잡겠지만 손해를 보면서 팔 생각은 없다. 그리고 인구 13억의 인도는 상상을 초월하는 소비시장을 가지고 있다. 한 소비자에게 특별한 할인을 해주는 것보다 다음에 찾아올 손님에게 높은 가격으로 물건을 파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이렇게 까다로운 상황에서 자신을 방어하는 방법은 인내심을 가지고 오랜 시간에 거쳐 협상을 진행하고 지속적으로 다른 차선책을 찾아보는 것이다. 소비자가 조바심을 내기 시작하면 인도 사람들은 기가 막히게 눈치챈다.
인도인들은 말을 너무 잘한다. Best quality, Best price, Last item과 같은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인도에서는 ‘Last Item’이 끊임없이 나온다. 동네 조그만 골동품을 파는 가게부터 고급 차량을 파는 자동차 쇼룸까지, 정식 문서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면 인도 사람들의 말을 완전히 믿어서는 안 된다. 인도에서는 구두 약속이 중요하지 않다. 반대로 인도 사람들은 자신의 서명이 들어가 있는 문서에 상당히 민감하다. 따라서 거래를 하기 전에 미리 인터넷을 통해 사전 정보를 수집하고 중요한 사항들은 문서로 남겨 놓는다면 불필요한 언쟁을 최소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인도에서 거래를 할 때 소비자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은 꼼꼼함이다. 인도에서는 언제든지 눈뜨고 코베일 수 있다. 도덕성에 대한 인식 차이, 상상을 초월하는 소비시장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 한 명의 중요도는 그다지 크지 않다. 그래서 소비자가 스스로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아는 지인이 인도에서 가구를 구매한 적이 있다. 이곳저곳 아주 신중에게 따져보고 물품을 구입했다. 하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다른 가게에 비해 헐값에 구매한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손해를 보고 산 것이다. 기가 막히다. 첫 번째, 지인이 가게에 들렀을 때 인도인이 알려준 가격은 세금이 포함하지 않은 가격이었다. 두 번째, 배송비는 구매자가 따로 지불해야 했다. 세 번째, 설치비 또한 소비자가 부담해야 했다. 인도에서는 무조건 꼼꼼하게 알아보고 물건을 사야 한다. 물건을 살 때 세금이 포함되어 있는지, 추가적으로 지불해야 되는 비용은 없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인도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 비즈니스를 위해 만난 사이라면 더더욱 어렵다. 분명 까다로운 파트너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인도 시장이 필요하다. 영원할 것 같은 중국의 성장이 불확실성과 함께 주춤거리고 있고 우리는 새로운 수출시장이 필요하다.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인도 시장에 우리의 새로운 먹거리가 숨어있다. 그래서 우리는 인도를 배우고 준비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 사람들도 결코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다. 눈치가 빠르고 상대방의 거짓말을 잘 잡아낸다. 학습능력도 뛰어나다. 어렵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인도 사람들을 이해하고 여러 경험들이 축적되면 머지않아 인도에서도 다양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인도와의 인연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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