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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대처하는 방법

씨앗을 심는다 - 프롤로그

by 인디 공책
1일흑백.jpg 기억의 씨앗을 심는다



이게 마지막이다. 숨겨진 카톡 아이디 앞에서 잠시 멈칫한 엄지가 삭제 버튼을 쓸어내린다. 텅 빈 관중석 사이, 통로 맨바닥에 주저앉은 사람처럼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고는 멍하니 집 기둥에 기대어 앉아, 속부터 따뜻해지는 가슴이 아픔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 이별의 실감은 정말 경고 하나 없이 오는구나 하고 말이다.


누군가 말했던가 사람은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한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이 무너진다. 아니 이미 무너졌다. 무의미의 강에서 유의미의 바다로 흘렀던 물이, 이제 눈에 보이지 않는 기체가 되어 기약 없이 떠도는 구름에 편승한다. 이것은 허무하다 못해 허망하기까지 하다.


마침표. 풀과 별이 함께 써 내려간 문장의 끝에 작은 점 하나를 찍는다. 가슴 시린 이야기의 끝에 남는 긴 여운... 영화라면 극장을 나서며 깨겠지만 현실에서 현실로 이어지는, 분리되지 않는 공간과 시간을 보내는 우리들의 이야기는 어렵기만 하다.


사람들은 이별이란 기나긴 여운을 술과 담배, 운동이나 음식. 관계를 통해 지우려 한다. 또 어떤 이들은 이별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것을 선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별에게 풀이었던 필자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별을 놓으려 한다.


이곳에 기록된 글과 사진은, 풀에게 별이었던 사람에 대한 기억과 그 기억의 씨앗을 심고 꽃 피워 종국에는 망각하는 시간의 과정이다. 이별과 이별 뒤에 오는 것들로 인해 고통 속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저마다의 이별을 대처하는 방법의 힌트가 되길 바라며 짧은 이야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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