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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림짐작

by 인디 공책
KakaoTalk_20200407_202334796.jpg 이틀 - 어림짐작



하루가 두 번 있는 시간의 길이가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식욕이 돌아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미 예상했던 이별 앞에서 잘 지내라는 덕담까지 주고받았건만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식욕을 잃은 풀이었다. 잃어버린 한 드라크마를 찾은 풀은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바로 거리를 나섰다.


늦은 밤임에도 불구하고 정신없이 콩나물국밥을 먹었다. 입이 즐겁고 배가 불렀다. 만족스럽다고 생각하는 순간 느닷없이 별이 생각났다. 별이 없는 지금 이 시간이 정말 만족스러운 걸까. 별의 부재가 식당 문을 나서는 걸음걸이를 느즈러지게 했다. 취하고 싶어서 밥을 먹은 것은 아닌데... 풀은 공허를 찾았다. 보았다. 먹었다. 그리고 다시 굶주리고 말았다.


가슴속에 별에 대한 기억이 살아난다. 별, 알면서도 속아주는 엷은 미소를 머금기 전에... 별, 상처가 돼도 상관없었으니 '지금 네 행동과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라고 바로 이야기해 줬으면 좋았을 것을... 기억을 아쉬워하는 풀의 별별 이야기가 늦은 밤거리를 장식한다.


별은, 본인의 생각과 감정이 중요하기에 이상한 기분이 들거나 당장 알 수 없는 생각이 스치는 때면 침묵으로 일관하는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매번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가 묻고 또 물어야 들을 수 있었던 마음. 그걸 듣고 인정하며 고쳐갔던 것은 한쪽만이었을지도 모른다.


별은, 본인을 사랑하는 사람이라 자신의 감정과 생각. 삶을 대처하는 방식을 최우선에 두었고, 풀은 본인보다 별을 사랑하는 사람이라 본인의 방식을 별에게 맞추려 했었는지도 모른다. 사랑하면 그렇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지금도 삶의 정답이 있다면 서로 맞춰가는 것이 정답에 도달하는 길이라고 믿었을지도 모른다.


별은, 어쩌면 본인의 삶이 변하는 것을 두려워했던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관계의 단절을 생각하고 그때면 본인의 인생은 송두리째 망가질 것 같다는 불안감 때문에 선뜻 한 발자국 더 내딛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서른을 훌쩍 넘어선 풀과 별은 여전히 어린아이였는지도 모른다.


별이 없는 밤. 풀은 별에 대한 기억을 다시 작은 단지 속에 심는다. 어림짐작으로 헤아릴 수 없는 별을 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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