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눈이 내린다
허리가 아팠다. 온종일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눈을 감으면 잠을 자고 눈을 뜨면 다시 잠들었다. 지독했다. 아니, 무인처럼 일체의 존재가 결과로써 존재하지만 그 원인을 추구해도 찾을 수 없었다. 지독하다 못해 끔찍했다.
생각해 보면 이 하루는 무인과 닮았다. 어딘가에서 날아온 돌에 맞아 아픈 사람은 명확히 보이는데 정작 돌을 던진 사람은 보이지 않는 바보 같은 세상과도 닮았다. 우로보로스처럼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었다. 그 모습에 구역질이 났다. 다시 잠을 청했다.
검은 눈. 잠은 이름이라 부르는 모든 구별을 어둠으로 덮는 검은 눈이었다. 이대로 검은 눈에 묻혀 영원한 망각의 축복 속에 있기를 염원했다.
문틈 사이로 빛이 세어 나왔다. 가는 빛줄기를 따라 사람들의 말소리가 흘러들었다. 문을 열렸고 룸메이트가 들어왔다. 사람들과 같이 가락국수를 먹으러 가자고 했다. 이대로 그냥 있고 싶었다. 괜찮다고 했다. 왜 그러냐는 듯이 뒤돌아서는 야속한 등을 보며 씁쓸한 웃음을 던졌다. 그냥 못 본척해 주면 좋으련만...
다시 허리가 아팠다. 마음이 아팠다. 삐거덕삐거덕 온종일 침대가 비명을 질렀고, 검은 눈은 기억의 단지를 덮고 메말라가는 풀의 이마를 짚을 뿐이었다.
아무도 없는 방안에 검은 눈이 온종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