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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나흘

기억을 걷는다

by 인디 공책


열나흘.jpg 열나흘 - 기억을 걷는다



길을 걷었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낯선 이들의 목소리를 친절하게 대했다. 웃음이 오고 가고 아쉬움을 인사하지만 텅 빈 가슴은 쉽사리 메워지지 않았다. 그저 한 가지 사실만 깨달을 뿐이었다. 외로운 사람이 이렇게나 많았구나.


외로운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다. 외로운 '나'도 신나게 떠든다. 서로에게 지는 의무에서 자유로운 우리들의, 짧은 시간이 종료되면 항상 생각한다. 오늘도 나쁘지 않았네. 일회용 위로는 '별'에 대한 기억을 소환한다. 거참, 오늘도 나쁘지 않았네.


'별'의 목소리와 함께 걷던 길. 그 길가 놓인 돌을 집어 들고 그 위에 편지를 쓴다. 차마 말로 전달할 수 없는 감정이 담긴, 갈 곳을 잃어버린 돌을 강물에 던진다. 풍덩. 멀리 '별'이 있는 곳까지 떠내려갈 줄 알았건만 전할 수 없는 말들은 그대로 가라앉는다. 바닥에 안착한 무거운 마음 위로 잉크가 퍼진다. 강물은 검게 물들어 간다.


꽃이 피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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