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모르던 한 사람을 보며
한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길을 걸었다
길 옆으로 차가 지나갔다
차창에 비친 자신을 봤다
입고 있는 옷을 봤다
손에 찬 시계를 봤다
옆에 있는 사람들을 봤다
문득 손안에 스크린을 살폈다
재차 손안에 스크린을 살폈다
슬쩍슬쩍 이름 아래 뜬 숫자를 셌다
이내 사람들과 작별했다
다시 길을 걸었다
시선을 정면에서 살짝 위에 두고 쿨한 걸음으로 집에 갔다
어느새 편한 차림으로 변기에 앉았다
활시위가 당겨진 활대처럼
그의 입이 그의 턱을 겨냥하고 있었다
스크린에 비친 자신을 보며 멋모르고 떠들었다
스크린 속에 그들을 보며 멋모르고 떠들었다
혼자 하는 말인데 아무렴 어떠한가
이것은 그냥 즐거운 일이었다
그들에게 이 개소리를 들려주기 전까지
이것은 그냥 괜찮은 일이었다
내일에게 이 개소리를 들려주기 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