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만든 판이고 누가 만든 빵인가
불현듯 불쾌함이 스쳐온다. 밤이 오지 않고 비가 그치지 않는데, 먼지 털어내고 재 색 뽐낼 초록 잎 꽃잎이 시든다. 처음 거슬림은 우연이 아녔던 것이다.
그가 돌아왔다. 어디부터 손가락인지 어디부터 발가락인지 가늠할 수 없는 그가, 비를 가리고 그림자를 드리웠다. 마침 온몸으로 대지를 빨아들이던 뿌리가 허기짐을 등에 업고 하늘을 올려보았다.
흙과 흙 사이로 고소한 향이 스미었다. 삽시간에 뿌리에게도 들이닥쳤다. 뿌리는 기억했다. 막 구운 빵 냄새였다.
아무도 뿌리에게, 누가 빵을 구웠는지 그 빵에 밀가루와 이스트가 얼마나 들었는지 알려 주지 않았다. 아니 모두 마르고 있는 상황에 누가 알고 또 누가 알려 주랴. 이날 뿌리는 대지를 잊고 말았다.
이날 뜨거운 빵에 뿌리내린, 죽어가는 너를 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