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모두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by 인디

여행 내내 엄마의 대화 상대는 주로 제가 전부였습니다. 여정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과 저를 거쳐 소통하다 보니 엄마의 웃음이나 탄식은 늘 한 박자 늦었죠. 수줍고 내성적인 엄마지만 직접 듣고 말하지 못하는 답답함에 전혀 모르는 세상에 불시착한 듯 외로웠을 겁니다. 하지만 순례길에서는 달랐습니다.


- 부엔까미노* (좋은 길 되세요)

- 부엔까미노


순례길에서는 걷고 있을 때든 쉴 때든 서로의 안녕과 무사를 기원하며 인사를 주고받았습니다. 처음엔 우물쭈물하던 엄마도 어느덧 누구보다 밝게, 먼저 인사를 건네곤 했죠. 다리가 아파 힘들게 걷는 순례자를 보면 지팡이로 쓰기 좋은 나무 가지를 주워 어서 가져다주라고 재촉했습니다. 식사나 간식을 먹을 때면 다른 순례자들에게 나눠주라고 저를 찔렀지요. 산티아고를 향해 가는 모든 순례자들은 대단한 운명공동체도 아니지만 경쟁자도 아닌, 공동 목표를 가지고 연대하는 동료 같았습니다. 이 길은 걷고 있는 모두가 모두를 응원하는, 모두가 이길 수 있는 길이었죠.


순례길이 길게는 인생과도 꽤 닮아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사는 건 찰나의 ‘단’과 영원 같은 ‘짠’이 번갈아가며 오는 긴 고행일테고 모두들 각자의 필요와 욕망을 짊어지고 묵묵히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걷는 동안 저는 충만한 인류애에 젖어 그렇다면 우리의 인생에서도 다른 사람의 행복이 나의 불행을 비추는 거울이 될 필요 없이 정말 진심으로 서로를 응원해 줄 수 있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도 했던 것 같습니다.


처음 순례길을 꿈꾸던 엄마는 온전히 모든 길을 걸었겠지만, 꿈을 마주한 엄마는 체력도 자신감도 옅어졌습니다. 비록 짧은 여정이었지만 그래도 엄마는 순례자가 되어 오래도록 바라던 길을 마침내 걸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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