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돌아온 저는 새로이 지역 의료보험료를 냈고 중단했던 실손 보험을 살렸으며 가차 없던 국민연금 납부를 멈췄습니다. 언제 부재했냐는 듯 자연스럽게 돌아온 일상이 있었고 애써 재건해야 할 일상도 남아있었죠. 대체로 무심하지만 굽이마다 저를 엿 먹이려 호시탐탐 노리는 세상 속에 저는 여전히 부유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엄마 삶에 걸었던 브레이크가 풀리자 느긋한 저와 속도를 맞췄던 엄마의 걸음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왔습니다. 건너뛴 일상을 따라잡으려 어쩌면 더 빨라진 것도 같았습니다. 그저 엄마가 가끔은 숨을 고를 수도 있게 되길 바랄 뿐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을 오래 준비한다고 해서 상실의 두려움이나 슬픔이 줄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후회할 한 가지는 줄었다 믿습니다. 저는 하지 말걸과 해볼걸의 싸움에서는 언제나 하지 말걸의 손을 들어주곤 했습니다. 제 인생을 돌아봤을 때, 잘 견디고 참았던 삶으로 기억되기보다 이룬 것은 없지만 멋대로 살아봤던 삶이 낫다고 생각하니까요. 삶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지만 저도 그렇게 만만치는 않을 겁니다. 호적수로 상대하다 보면 수많은 하지 말걸 사이에서 단비 같은 하길 잘했어를 수확하는 날도 있겠죠.
엄마와는 여행 얘기를 하며 자주 깔깔댑니다. 함께하는 봄이 몇 번이나 남았을지 모르겠지만 함께했던 이 봄을 오래도록 기억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