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민낯

인도_조드푸르

by 인디

인도의 거리에는 오토 릭샤가 넘치게 많았지만 자전거 릭샤도 종종 볼 수 있었어. 여행을 하다 보면 지난한 흥정의 과정을 거쳐 릭샤를 종종 탈 수밖에 없었지만, 자전거 릭샤는 내 선택지에 없었어. 돈을 지불하고 힘들게 페달을 밟는 등을 보면서 이동하고 싶지는 않았거든. 야간 버스를 타고 조드푸르에 도착한 아침, 버스 정류장에서는 언제나 그렇듯 릭샤 운전수들이 손님을 태우기 위해 몰려왔어. 웬만한 거리는 걷곤 했지만 밤새 버스를 타고 피로한 터라 이 날은 오토 릭샤를 타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지. 일단은 사람들을 좀 떼어내기 위해 빠르게 걸음을 옮겼는데, 앳된 모습의 남자가 합리적인(?) 가격을 부르며 나를 쫓아왔어. 약간 수줍은 듯한 그의 말투나 눈빛에 끌려 그를 따라갔는데, 거기엔 오토 릭샤는커녕 자전거 릭샤도 아닌 달구지 같은 것이 덩그러니 주차되어 있었어. 곤란하다고 고개와 손을 내저었지만 그는 가족들 얘기까지 꺼내며 간절했지.


결국 올라탄 달구지는 중심 잡기가 관건이었어. 탄탄한 코어의 힘이 있었다면 어렵지 않았겠지만 물렁한 배를 가진 나는 덜컹이는 달구지 위에서 가방을 안고 내 몸을 가누기에 바빴어. 이동하면서 그는 이런저런 말을 걸었지만 난 그의 등을 쳐다보기 민망해 시선을 굴리기에 바빴어. 왠지 합리적인 가격 앞에 한껏 나약해졌을 내 다짐이 민망했고, 죄책감도 들었거든. 어설픈 의지는 끝내 숨기고 싶은 나의 모습을 찾아내고야 말지. 그의 얼굴은 당연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침 햇살을 받으며 나를 태운 달구지를 끌던 남자의 뒷모습은 아직도 떠올릴 수 있어.


무리한 동선으로 파란 도시 조드푸르까지 온 것은 자이살메르 지역으로 가 사막을, 사막의 밤하늘에 쏟아진다던 별을 보고 싶어서였어. 너희 같은 꼬맹이 시절부터 사막에는 왠지 모를 로망이 있었거든. 인도인 가이드에 의하면 하루에 한 번 먹고 한 번만 싼다던 낙타는 가는 내내 풀만 보이면 뜯어먹었고 걸어가면서도 내내 똥을 쌌어. 앞서가는 낙타의 똥을 길잡이 삼아 가는 여정이었지. 살을 파고드는 냉기에 어쩔 줄 몰랐던 사막의 밤은 때마침 흐려서 별도 제대로 보지도 못했고. 돌이켜 생각하면 결국 조드푸르에서는 사람의 등과 낙타의 등에 얹혀가는 부끄러운 내 모습만 짙게 새겼더라고.


진짜 누군가에 대해 알려면 말이 아니라 행동을 봐야 한다는 것을 굳게 믿게 되었지. 생각하고 말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행동은 진짜 신념을 필요로 하거든. 친구들과 만난 날 까불며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고 나면, 행여 조언이라도 몇 마디 내뱉은 날은 집에 돌아오는 길이 씁쓸했어. 나는 내 말처럼 살고 있나, 돌아보게 되더라고. 혹시 너희에게도 무언가를 쉽게 약속하진 않았나, 나 자신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서 쉽게 조언하진 않았나 되돌아보게 되네. 아직도 미숙한, 아마도 평생 부족할 고모를 너그러이 용서해 주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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